
내수 침체와 유소년 인구 감소로 위축됐던 국내 스낵 시장이 장수 브랜드를 재해석한 '스핀오프 전략'으로 반등 기회를 찾고 있다. 익숙한 브랜드에 신선함을 더한 제품들이 개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층의 취향을 공략하며 다시 주목 받는 분위기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스낵 시장은 내수 부진 타개책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존 브랜드를 재해석한 신제품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25~2030년 국내 스낵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약 5%로 전망했다. 식품산업통계정보 자료에서도 국내 과자 시장은 2021년 3조6997억원 규모에서 2026년 3조957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 회복 흐름의 중심에는 '익숙한 새로움' 전략이 있다. 과거에는 기존 히트작에 의존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던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스테디셀러에 새로운 맛과 트렌드를 더한 하이브리드 제품이 주류로 자리 잡는 추세다.
일례로, 팔도는 대표 라면 브랜드 '팔도비빔면'을 스낵으로 재해석한 '팔도비빔칩'을 2021년 출시한 이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3개년 상반기 기준 판매량이 평균 50%씩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30만 개가 팔렸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엔 '고추장마요맛'을 추가로 선보이며 기존 시그니처·버터간장맛에 이어 제품군을 확장했다.
농심은 인기 제품 '바나나킥'의 계보를 잇는 신제품 '메론킥'을 출시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메론킥은 출시 첫 주에만 144만봉이 판매되며, 같은 기간 '먹태깡'의 100만봉 기록을 넘어섰다. 다음 달에는 '새우깡'에 와사비 맛을 더한 '와사비 새우깡'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2021년 '새우깡 블랙' 출시 이후 4년 만의 새우깡 신제품이다.

크라운제과는 1956년 출시된 스테디셀러 '크라운산도'를 '밀크팝'과 '베리팝' 등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해 지난 5월 선보였다. 기존 비스킷 사이에 부드러운 크림과 팝핑 캔디를 넣어 새로운 식감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롯데웰푸드는 마가렛트·제크·빠다코코낫·엄마손파이 등 인기 제품에 마늘 풍미를 더한 '고메 셀렉션 갈릭' 4종을 이달 초 출시했다. 이밖에도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청수당과 협업해 빼빼로·빈츠·아몬드볼 등 초코 스낵류를 말차맛 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스핀오프 전략이 주목 받는 이유는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품 소비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점 역시 스핀오프 전략을 선택하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24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문항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자산을 활용해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며 "낯익은 브랜드를 새롭게 풀어내는 방식이야말로 내수 부진 속에서도 시장을 지켜내는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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