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중복 규제·사후 처벌이 투자 발목…기업 체감 규제는 여전히 '과잉'

  • 네거티브 규제 공언했지만 현장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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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규제 혁신과 기업 투자 활성화를 둘러싼 정부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규제 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 규제와 사후 처벌 중심의 관리 방식이 지속되면서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보류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경기 광주 오포읍에 위치한 음료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1979년 설립 이후 40년 넘게 단 한 평(3.3㎡)도 확장하지 못한 채 운영돼 온 곳이다.

광주공장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되면서 6만㎡ 규모 이상 공업용지 확장이 제한됐다. 법 제정 3년 전 9만7596㎡ 규모로 조성된 공장 역시 이후 증설이 막혔다. 여기에 2002년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지역으로 전환되면서 규제는 한층 강화됐다. 준공 당시에는 대지건물비율 60%까지 허용됐지만 개정 이후 용적률이 20%로 제한되며 부지 확장은 물론 층고를 높이는 증설도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창고를 증설하지 못해 생산 물량을 타 지역으로 우회 보관·운송하는 구조가 이어졌고 연간 3억원 넘는 물류비가 발생해 왔다. 회사는 규제가 덜한 지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해 생산을 분산해 왔지만 광주공장은 설비 노후화와 함께 운영 부담이 누적되면서 최근 들어 운영 재조정과 폐쇄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규제 부담은 제조업이나 대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소 IT기업 B사도 최근 사업 확장을 고려하다 계획을 접었다. 기존 서비스에 데이터 분석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관련한 규제 해석이 엇갈리면서 내부적으로 결정을 미룬 것이다. B사 관계자는 “법을 보면 가능하다고도 읽히고 한편으론 나중에 문제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명확한 가이드가 없으니 새로운 기능을 붙이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중첩된 규제 구조와 예측 불가능성이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토로한다. 인허가와 관리, 점검, 처벌 권한이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기업으로서는 ‘어디까지 하면 안전한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전 가이드라인보다 사후 점검과 제재를 통해 규제가 작동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야 기준이 제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는 출범 이후 규제 혁신과 기업 투자 활성화를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고,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기조가 실제 규제 집행 현장까지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신산업·AI·플랫폼 등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일수록 규제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투자 결정이 지연되거나 보류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장 체감은 전문가 인식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문가 2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76.7%는 첨단산업·신산업 분야 국내 기업 규제 수준이 미국·일본·중국 등 경쟁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또 우리나라 첨단산업·신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규제혁신 제도로는 응답자 61.6%가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원칙 허용·예외 금지)’을 꼽았다. 최근 국회의 입법 활동과 관련해서도 응답자 46.6%는 규제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재현 한국경영자총협회 규제개혁팀장은 “AI 대전환 시대에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 장벽을 걷어내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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