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K-콘텐츠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고 공제율도 확대한다. 콘텐츠 업계는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제작 환경 조성을 위해 세액공제를 일몰제에서 상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역시 투자 현실을 반영한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현장 체감도를 높이려면 보다 촘촘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31일 발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해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2028년까지 3년 연장하고, 공제율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OTT 콘텐츠 등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기본 공제율은 기존 5%와 10%에서 각각 10%로 통일된다. 추가 공제율은 제작과 후반작업의 80% 이상이 국내에서 이뤄졌을 경우 적용되며, 대·중견기업 모두 10%로 일치된다. 중소기업은 기존과 동일하게 기본 15%, 추가 15% 공제를 적용받는다.
이번 개정안에는 웹툰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가 신설된 내용도 포함됐다. 공제 대상은 디지털 유통을 목적으로 제작된 웹툰과, 종이 만화를 디지털로 가공한 콘텐츠이며, 인건비와 저작권료 등 직접 제작비가 공제된다. 공제율은 중소기업 15%, 중견·대기업 10%로 책정됐으며, 2028년까지 한시 적용된다. 또 문화산업전문회사에 출자할 경우 받는 세액공제 대상에 대기업이 새로 포함됐고, 이 제도 역시 3년 연장된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콘텐츠 제작 활성화와 민간 투자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몰-연장 방식으로 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작자 입장에서는 상시제로 전환하는 것이 제작 환경이나 비용 부담 측면에서 더 낫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콘텐츠 시장과 비교할 때 한국의 세액 공제율과 지원 범위가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발표한 콘텐츠 산업 세제지원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20222023년 세액공제율을 각각 최대 3439%(영국), 2035%(미국 캘리포니아·뉴욕주), 3040%(프랑스) 수준으로 대폭 상향했으며, 애니메이션, 시각특수효과(VFX), 독립 저예산 영화 등으로 지원 분야도 확대하는 등 맞춤형 제도를 운영 중이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이 이어지면서 제작 단가가 크게 상승했다. 업계는 이로 인해 콘텐츠의 전반적인 퀄리티는 향상됐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제작사들 입장에선 부담이 가중됐다고 평가한다.
OTT 제작 콘텐츠도 공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실제로는 OTT 플랫폼사가 직접 받는 세제 혜택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OTT 플랫폼사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직접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세액공제는 제작사만 받기 때문에 OTT는 꾸준히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제작사만 혜택을 받아 OTT가 전액 투자해도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국내 OTT사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는데, 최소한 이 투자분에 대해서라도 세제 지원이 이뤄져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미국계 OTT 플랫폼들은 별도의 OTT 전용 세제 혜택은 없지만, 가속 감가상각, 주식매수선택권 비용 공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일반 대형 기술·콘텐츠 기업에 적용되는 조세 감면 조항과 연방 및 주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세제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해 세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 프랑스는 영화 전문 투자회사(SOFICA)를 통해 투자 시 순지출액의 30~36%를 감면해준다.
노창희 디지털정책산업연구소장은 “국내 콘텐츠 투자 시장은 위축되고 자생력을 잃고 있다”며 “국내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세액공제를 일몰제에서 상시제로 전환하고, 대·중·소 기업 간 차등 없이 동일한 공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음악 및 공연 산업은 이번 세액공제 제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음악·공연 산업은 영상 제작에 비해 해외 유발 효과가 적어 아직까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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