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치아의 오래된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집에서 느낄 수 있을까. 네스프레소가 최근 선보인 오리지널 라인 한정 캡슐 '카페 플로리안'을 내려 마셨을 때 떠오른 생각이다.
1720년에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은 이탈리아 최초의 카페이자 베네치아의 상징 같은 공간이다. 괴테, 찰리 채플린, 코코 샤넬, 앤디 워홀 등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머물렀고, 지금도 수많은 현지인과 관광객이 찾는다. 네스프레소는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300년 전통의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한정 캡슐을 직접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 마셔봤다. 짙은 레드 컬러의 캡슐을 꺼내 추출 버튼을 누르자, 풍성한 크레마를 머금은 에스프레소가 잔을 채웠다. 코코아와 구운 견과류 향이 먼저 퍼지고, 이어 은은한 우디향과 브라운 스파이스 향이 차례로 번졌다. 첫 모금은 강렬했다. 혀끝을 스치는 쌉싸래한 쓴맛이 단번에 존재감을 드러냈고, 곧 부드러운 산미가 뒤따르며 균형을 잡았다. 입안에서 겹겹이 펼쳐지는 맛의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카페 플로리안'은 에스프레소로 마셨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레스트레토(25㎖)와 에스프레소(40㎖)로 짧고 진하게 내려 마셔보니 풍부한 아로마가 가장 선명하게 살아났다. 우유를 더한 라테는 부드럽지만, 특유의 스파이시한 향이 옅어져 아쉬움이 남았다. 룽고(110㎖)로 길게 추출했을 때는 또 다른 인상을 줬다. 초반의 강렬한 쓴맛은 옅어지고 산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며 산뜻한 맛이 강조됐다. 다만 캡슐 본연의 복합적인 아로마는 짧게 추출했을 때보다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여러 방식으로 내려본 결과, 진하게 즐겼을 때 풍미가 가장 도드라졌다.

패키징과 액세서리도 눈길을 끈다. 함께 출시된 '루메 에스프레소 컵'은 바깥은 무광 흰색으로 차분하게, 안쪽은 유광 흰색으로 빛을 반사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듯한 대비가 도드라졌다. 컵 안쪽에는 다크 스칼렛 레드 모노그램이 새겨져 있어, 커피를 따르니 멋스러움이 더 살아났다. 동일한 컬러의 글로시 받침대까지 갖춰져 묵직한 존재감을 완성했다.

최고의 순간은 테라스에서의 한 잔이었다. 활짝 열린 창으로 스며드는 바람과 고즈넉한 풍경이 짧고 진한 커피와 어우러지며, 공간과 시간을 넘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집에서 내린 커피였지만, 잠시 베네치아의 오래된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해줬다.
직접 경험한 '카페 플로리안'을 정의하자면, 현대적인 네스프레소 감각과 베네치아 카페의 전통이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커피 한 잔이 일상 속 공간을 낯설고 특별한 곳으로 바꿔놓는 경험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카페 플로리안'은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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