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중국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당시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90% 이상을 중국이 쥐고 있던 만큼, 일본 전자·자동차 산업은 곧바로 심각한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불과 몇 주 사이에 산업계가 겪은 혼란은 '자원 무기화'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급망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본은 뼈저리게 경험해야 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 속에서 희토류·리튬·코발트 같은 핵심광물이 다시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불안정한 공급망 한가운데 놓여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반도체, 스마트폰, 방위산업 등 미래산업 전반에 쓰이는 필수 자원이다. 공급의 8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는 만큼, 미·중 갈등이 격화할 때마다 수급 불안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일본과의 외교 갈등에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전례가 있고, 최근에도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갈륨·게르마늄 등 특정 광물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는 곧 한국 산업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조치다.
문제는 희토류만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도 지정학적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 세계 리튬 생산의 절반 이상은 남미 ‘리튬 삼각지대’에, 코발트의 70%는 콩고민주공화국에 편중돼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노동 착취, 환경 파괴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공급망의 안정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원자재 수급의 불확실성은 곧 국내 전기차 산업 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의 ‘직격지대’에 있다. 에너지 자급률이 5% 수준에 불과하고, 핵심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자원 확보의 불안정은 곧 생산 차질과 가격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내 거시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업의 생산비용을 끌어올리며 물가 상승을 자극했고, 이는 서민 가계 부담으로 직결됐다.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과 산업경쟁력 약화가 동반되는 ‘이중 충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분명하다. 공급망을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호주·캐나다·아프리카 등 자원 부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핵심광물 안보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자원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용 후 배터리나 전자제품에서 희토류와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은 이미 일본 등에서 앞서 개발되고 있으며, 한국도 ‘도시광산(urban mining)’을 미래 자원 확보의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
기술 자립과 대체 소재 개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희토류의 일부 기능은 다른 소재로 대체할 수 있으며, 배터리 역시 전고체나 나트륨 이온 등 차세대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자원 확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생존하려면, 기술력으로 제약을 뛰어넘는 전략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국제 공조를 통한 공급망 거버넌스 구축도 긴요하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처럼 주요국들이 공급망을 정치적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외교적 협력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자원 패권 경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안정적인 자원 확보 없이는 제조업 경쟁력도, 기술 혁신도 유지하기 어렵다. 일본이 2010년에 겪었던 희토류 사태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의 교훈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경제 안보의 차원에서 재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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