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들이 곳간에 실탄을 쌓고 있다. 자본 규모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달라지고 수신 기능도 강화돼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력이 필요한 신규 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은 유보 자금을 늘리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이익잉여금은 33조18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3.89% 늘었다. 1년 만에 4조원 이상 늘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 이익에서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하고 남은 유보 이익을 말한다.
이익잉여금을 가장 많이 쌓은 곳은 삼성증권으로 4조71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9% 증가한 수치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21.61% 늘어 4조4051억원, 키움증권이 17.43% 증가해 4조1643억원으로 순으로 많았다.
가장 많이 늘어난 건 대신증권이다. 이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2분기 1조6057억원에서 올해 2조4887억원으로 55.00% 확대됐다. 1년 만에 8800억원 넘게 불었다. 이외에도 자본 규모 상위 10개 증권사는 모두 증가했다.
증권사들이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건 신사업 진출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 진출을 앞둔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자금을 쌓은 삼성증권은 현재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2017년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됐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이유로 발행어음 심사가 중단됐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종합금융투자계좌(IMA) 1호 사업자를 노리고 있는 곳이다. 올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가장 먼저 IMA 인가 신청도 마쳤다.
키움증권 역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두고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됐고 향후 초대형 IB 지정도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증권사들은 은행권에 비해 수신기능이 약하다. 그러나 발행어음, IMA 사업을 통해 수신을 강화할 수 있고 조달금리도 낮출 수 있다. IMA는 사실상 은행 수준의 수신기능을 갖추게 된다.
증권사들의 비즈니스가 중개 기반의 영업에서 직접 투자 수익 비중이 커지면서 여유 자금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익잉여금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자기자본도 확대된다.
발행어음 사업자의 경우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IMA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300%까지 조달할 수 있다. 자기자본을 늘릴 수록 레버리지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같은 사업이라도 덩치가 큰 회사가 유리해 자본 여력이 곧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한 번 뒤처지면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이익잉여금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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