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3주째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공식 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언급 않고 넘어간 적이 없다. 취임 후 외부 활동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23번이나 소비자 보호 표현을 반복했다.
4일 열린 저축은행 업계 간담회에서는 특히 '소비자 보호'라는 말이 12차례나 등장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 앞서 "중요성이 큰 만큼 소비자 보호라는 표현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의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저축은행 CEO들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 원장같은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소비자 보호 기조는 발언에 그치지 않았다. 금감원은 같은 날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TF'를 출범시켰다. 황선오 기획전략부원장보 주재로 열린 첫 회의에는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 소비자보호조사국은 물론 각 업권별 모든 부서가 참여했다. 인허가와 상품심사, 감독 전 과정에 소비자 관점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소비자보호처 중심의 사후 민원 처리에서 벗어나, 제도 설계 초기 단계부터 소비자보호를 내재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원장이 소비자보호를 유독 강조하는 데는 그의 이력과 문제의식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며 소비자 권익을 다뤄온 민간 출신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도 이 원장은 일반인 신분으로 참석해 적극적인 발언을 쏟아내 금융권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당시 그는 기존 실손보험 제도가 일부 소비자와 보험사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돼 자칫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