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배터리 공장 건설부지에서 한국인 약 300명 등 475명이 5일(현지시간)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 및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인 교민은 물론 미국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방문비자에는 B-1(임시 비즈니스 방문객)과 B-2(관광) 비자가 있다. 미 이민국(USCIS) 홈페이지는 B-1 비자에 대해 “미국에서 상업 비즈니스 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라면 B-1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 그 예시로 비즈니스 전문가와의 컨설팅, 과학ㆍ교육ㆍ프로페셔널ㆍ비즈니스 콘퍼런스 참석, 재산 정리, 계약 협의, 단기 트레이닝 참석, 미국 환승, 선원 기항 등을 명시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서도 한국 등 일부 국가 국민들은 90일 이내의 관광 또는 비즈니스 목적의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는 비자면제(VWP)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흔히 ‘이스타(ESTA)’로 불린다.
문제는 한국인들이 ‘비즈니스 참여 목적의 임시 체류’를 하지 않고 사실상 단기 취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현지 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선과 NBC에 따르면, 현지 이민법 변호사인 찰스 커크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찾은) 방문객은 미팅, 트레이닝 전수 등 생산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공장 라인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한 사람들은 분명히 체류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커크는 현재 2명의 한국인 구금자를 대리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은 1주일 체류 예정으로 회의를 위해 정장 차림으로 대기하던 중 구금됐다.
한인 단체 채팅방 등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당수 이용자들은 구금된 한국인 직원들이 회사의 지시로 현장에 파견됐을 거라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B1 비자나 ESTA를 통해 파견을 다녀오는 관행을 없애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주재원비자(L)를 받아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현대차 건설부지 인근에서 아시아계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이 가게를 먹여살리고 있다”면서 “그들이 출구 전략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동부지역의 한 교민은 “요즘 (이민 정책이) 흉흉한 것을 알면서 굳이 (단기 비즈니스 비자로) 들어와서 경제활동을 하느냐”고 본지에 전했다.
현지 지역 정치권에서는 공화당 측은 엄정한 법 집행이란 입장을, 민주당 측에서는 이민자들을 향한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현지 WSAV 방송에 따르면, 조지아 주의회 찰리 베일리 민주당 의장은 “이번 ICE의 현대차 공장 급습은 생계를 위해, 우리 경제를 위해, 조지아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떨게 하려는 정치적 동기의 공포 전략”이라며 “이는 조지아주를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존 번스 조지아 주하원 의장은 “미국은 법치 국가로, 브라이언카운티의 이민 작전은 우리의 법규 이행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맥커드 연방하원의원 후보는 “현대(자동차)가 이번 일 같은 행동으로 (경영에)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거나 폐쇄한다면, 그것은 지역 경제와 수많은 조지아 주민들에게 큰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영문 입장자료를 통해 “사업하는 모든 시장의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면서 “이번 건설 현장에서의 이민기관 공권력 행사에 대해 알고 있으며,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대차에서 직접 고용한 임직원 중 구금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LG엔솔 측도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다는 입장을 AP통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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