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LA 이민자 무작위단속 허용…트럼프, 시카고에 군투입 시사

  • 6대3 의견으로 '이민자 무작위 단속' 허용…제동 건 하급심 무효

  • LA시장 "연방 대법원, 위험한 판결…나라 자유 근간 위협하는 것"

  • 트럼프 "시카고 고칠 것…현지 주민 아닌 오직 범죄자만 당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백악관 종교자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백악관 종교자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작위식 이민 단속이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에 날개를 달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3의 도시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범죄 악화 상황을 부각하며 군 병력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 대법원은 이날 6대3 의견으로 이민 당국이 불법체류자 밀집 지역을 급습해 무작위 단속·체포를 진행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는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과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이 내린 임시 금지 명령을 무효화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11일 LA 연방법원의 마아미 E 프림퐁 판사는 이민자 권리 옹호 단체와 LA시·카운티 등 지방정부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당국의 단속 방식이 헌법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제9연방순회항소법원도 이 명령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보수와 진보 대법관 간 시각차는 극명했다.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하급심 결정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일시적 검문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해 “합법적 이민 단속 노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다른 두 소수파 대법관과 함께 쓴 반대 의견서에서 “수많은 사람이 단순히 외모, 억양,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혀 땅에 내동댕이쳐지고 수갑이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날 연방 대법원 판결은 긴급 가처분 명령에 대한 결정이다. 본안 소송은 캘리포니아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원고 측은 당국이 갈색 피부의 중남미계 이민자들을 집중적으로 표적 삼아 신분을 확인하는 방식이 위법적이며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해 왔다.
 
LA에서는 즉각 반발이 일었다.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 다수가 이제 LA에서 벌어지는 인종적 공포 행진의 총지휘자가 됐다”고 비꼬았다.
 
현재 미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재임기에 임명한 3명의 대법관을 포함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됐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오늘 이 나라의 최고 법원은 백악관과 가면을 쓴 연방 요원들이 아무런 증거나 영장 없이 앤젤리노(LA시민)들을 인종적으로 차별해 거리에서 붙잡아 갈 수 있다고 판결했다”며 “이 판결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미국적이지 않으며, 이 나라 자유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번 대법원 결정을 “또 하나의 거대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그는 “이제 ICE는 사법부의 세세한 간섭 없이 캘리포니아에서 순회 단속을 계속 실행할 수 있다”고 썼다.
 
미 CNN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법적으로는 소송에 참여한 남부 캘리포니아 7개 카운티에 적용되지만 당국자들은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관행에 대한 암묵적 승인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트럼프 “시카고서 최근 50명 살해…범죄는 괜찮다는 것은 미친 짓”
 
트럼프 대통령은 시카고에 군 병력 투입을 통한 불법 이민 단속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백악관 종교자유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시카고에 들어가 바로잡고 싶다”며 “시카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시카고를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시카고가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전화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아주 짧은 기간에 50건의 살인과 수백명의 총격 피해가 발생했는데, 그후 주지사가 나와서 ‘범죄는 괜찮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시카고 군 투입 방침에 연일 강력 반발하는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두고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 ‘잠룡’ 중 한명인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 주말 X에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도시와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도 “이번 주말 시카고에서 6명이 살해됐고, 12명은 총에 맞아 중태”라며 “이는 지난 몇주 동안 약 50명이 살해됐고 총에 맞은 수백명 가운데 다수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는 시카고 주민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돕길 원한다. 오직 범죄자만 당할 것”이라며 “우리는 신속히 움직여 이 광기를 멈출 수 있다. 시와 주(정부)는 이 일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올린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워싱턴 DC는 불과 몇주 만에 안전지대가 됐다. 다음은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군 병력을 투입한 결과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카고 등에도 불법 이민자 및 범죄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지원하기 위한 주방위군 투입을 거듭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