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펜타닐 이견에 트럼프 APEC 전 방중 불투명"

  • 정상회담 명분 약화...APEC서 '김 빠진 만남' 그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펜타닐 유입 문제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4일 스페인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무역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직전 베이징 방문을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최근 중국 측과 접촉한 바 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했지만, 미국 측은 아직 공식적인 수락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관세 및 펜타닐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양국 정상회담 성사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먼저 관세를 철폐해야 펜타닐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선제 조치 없이는 관세 완화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라이언 하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센터장은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베이징 정상회담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 또한 "두 사람이 APEC에서 만나 일련의 성과를 발표하겠지만 무역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정당화할 만한 무역협정을 체결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데이브 와일더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중국 전문가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려한 고위급 방문을 즐기기는 하지만 합의 없이 중국을 찾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인해 양국 정상 간 만남이 APEC에서의 비공식적 회담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푸틴·김정은의 베이징 방문도 변수로 꼽힌다. 최근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급 의전을 받은 가운데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7년 방문 때 이상의 환대를 제공하지는 않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스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방중에 이은 '식후 입가심'으로 취급받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전승절 행사 때문에 베이징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상반된 전망도 제기된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김정은에 대한 환대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베이징 정상회담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정상회담 성사까지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게 중국산 제품에 50~10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러시아와 교역을 하는 국가에게도 관세를 부과하는 '2차 관세' 조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EU에 100%의 대중국 관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미국 측 관계자는 "EU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베이징 정상회담 개최의 '잠재적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다만 그 또한 "중국은 조건 없이 방문을 주최할 의향이 있지만, 미국 행정부 내 일부에서 '펜타닐 패키지'를 사전에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남아 있는 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고 중국도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여부는 국제적 관심사"라며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망과 환대를 받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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