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장관은 16일 세종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협상이라는 것은 밀고 당기는 과정이며 미국 측도 내부적으로 디테일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제안하는 안에도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한 안도 있어 협상 과정이 매우 터프하게 오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양국은 동맹 국가이자 경제 협력 파트너인 만큼 서로에게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 패키지 등 한미 관세 협상 세부 이행사항을 놓고 협의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을 타결지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전부 가져가는 구조는 아니다"며 "일본 역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결정했는데 만약 투자액 전부를 미국이 다 가져가는 구조였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상 비공개에 대한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이 매우 유동적인 만큼 협상 내용을 섣불리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현재 미국과 협상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정적 신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김 장관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2035년 전력 수요를 대비하려면 신규 원전은 불가피하다"며 "국민 공감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지만 산업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산업 경쟁력을 위해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 조직개편으로 에너지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재편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산업과 에너지는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이제는 분리된 만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며 부처 분리로 인한 부작용은 슬기롭게 극복해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전기요금과 관련해서는 "아직 보고를 받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중국보다 비싸고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상황에서 산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제조 AI 전환(AX) 얼라이언스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관세 협상 외 제조 AX 얼라이언스가 1순위"라며 "한달에 두번은 현장을 찾아 기업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 10일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기업, 연구기관, 학계 등과 함께 '제조 AX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2030년까지 1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AX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게 목표다.
그는 "제조업 AX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리 제조업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석유화학는 생각보다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 개편 노력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 간 논의를 거쳐 오는 10월쯤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과정을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정부, 기업, 금융권이 함께 만들어가는 '산업 구조 재편'이라고 강조하며 "정부는 업계의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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