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각) 베트남 청년신문에 따르면, 롯데프라퍼티즈 호찌민시는 호찌민시 재무국에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Eco Smart City) 사업 계약 종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행 투자법상 아직 종료 절차가 정식 접수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여전히 롯데가 해당 사업의 투자자로 남아 있는 상태다.
롯데는 앞서 2017년 7월 26일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와 투티엠 신도시 2a 기능구역 개발 계약(4647번)을 체결한 바 있다. 총 7.45헥타르(약 2만2000평)규모의 부지에 5층~50층 높이의 11개 타워를 건설해 상업·주거·서비스가 결합된 대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토지 감정 절차를 완료하는 데만 무려 8년이 걸렸다. 2017년에 진행된 감정 절차는 올해 6월 30일에야 마무리됐지만, 그 사이 베트남의 법률과 정책이 크게 바뀌어 당초 사업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 1조6000억동 토지사용료 '폭탄'... 협상 실패로 프로젝트 포기
문제는 비용이었다. 장기간의 지연으로 인해 롯데가 부담해야 할 토지 사용료는 1조6000억동(한화 약 85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롯데는 문제 해결을 위해 호찌민시와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판 반 마이 호찌민시 경제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시 당국과 여러 차례 만나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에 롯데는 지난 6월 ▲롯데그룹 내 계열사 간 지분 비율 조정 ▲외부 투자자 최대 35% 유치 허용 ▲2024년 제정된 정부령 103호에 따른 추가 수익 관련 법적 명확화 ▲토지 사용료 납부 시점 조정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호찌민시 당국도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청 사무국은 7월 재무국에 정부에 투자자 구조 변경과 추가 징수율 5.4% 면제를 요청하는 문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결국 롯데는 같은 달 재무국에 "투자자의 제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는 이같은 제안에 대한 답변도 받기 전에 호찌민시 세무국으로부터 토지 사용료 및 임대료 납부 통지서가 날아왔다. 즉시 납부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롯데는 8월 말 "종합적인 검토 결과, 프로젝트 수행 및 토지 사용료 납부 의무 이행이 불가능하다"며 4647번 계약 해지와 2022년 8월 발행된 토지 배정 및 임대 결정서(2862호)반납을 공식 요청했다.
롯데 측은 "이번 결정은 투자자들과 심도 있는 논의 및 전면적인 평가 끝에 내린 것"이라며 "계약 종료 절차가 원활히 이뤄져 각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가 보장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베트남 투자에 기업 경고등... "행정 효율성 개선 시급"
이번 롯데의 투티엠 프로젝트 철회는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복잡하고 느린 행정 절차,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 그로 인한 비용 증가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특히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인허가 절차와 토지 관련 비용의 급증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베트남 정부로서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행정 시스템 구축이 시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판 위원장은 "수천억동(약 수백억 원)의 지연 이자 요구가 투자자를 쫓아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롯데의 투티엠 프로젝트 철회에 대해 '낭비'라 평가하며 사실상 베트남 행정당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실제 투티엠 신도시는 호찌민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핵심 개발 지역으로 롯데가 개발에서 손을 떼면서 다시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마이 위원장은 22일 오전 열린 제49차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롯데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롯데가 투티엠 프로젝트를 반납한 배경에 대해 직설적으로 설명하면서 "당초 우리는 토지 사용료를 이미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지연됐다고 해서 수천억 동의 지연이자를 추가하라고 했다"며 "심지어 그 지연이 제(롯데) 잘못도 아닌데 지불하라고 하면 결국 프로젝트를 반납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8년간의 프로젝트 지연이 투자자인 롯데의 책임이 아니라 베트남 행정당국의 문제였음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마이 위원장은 롯데의 프로젝트 반납이 초래할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롯데가 프로젝트를 반납하면서 해당 토지는 장기간 사용되지 않아 낭비가 됐다"며 "투자 환경과 투자자들의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게 더 큰 낭비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마이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베트남 정부 고위 관료가 외국 기업의 투자 철회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 이례적인 사례다. 특히 "지연이 투자자 잘못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그동안 베트남 행정당국이 보여온 경직된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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