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金)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가격 추이만 보면 사상 최고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10년 전 가격 대비 현재 금 시세는 3배 넘게 뛰었다. 1971년 미국의 '금 태환 중단'으로 화폐의 왕좌에서 내려왔던 금의 '화려한 복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전에도 금값이 급등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올해와 같은 급등 곡선은 유례가 없다. 금값은 왜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는 걸까.
천정부지로 뛰는 '금값'
역사적으로 금은 '진정한 화폐'였다. 60년 전까지만 해도 통화 가치는 금에 연동돼 있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종이지폐는 금 보유량에 따라 찍어낼 수 있었다. 이른바 '금 본위제'다. 강력했던 금의 지위는 1971년 미국이 '금 태환'을 공식적으로 중단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금은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져왔다. 그리고 종이화폐가 불러온 위기 때마다 금의 가치는 가파르게 뛰었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금값은 급등했다.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결합될 때 금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여겨져왔다.
최근 금값 상승세는 지난 60년 동안 사이클을 볼 때 네 번째 상승기로 해당한다. 그리고 사상 최고가를 거의 매일 갈아치우는 중이다. 실제로 올해 1월 2일 국제 금시세는 온스당 2634.3달러였다. 그런데 이달 22일 기준 금값은 온스당 3706.34달러로 41%가량 상승했다. 2023년 말(2085.89달러)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뛰었다. 올해 상승률은 금값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2009년의 두 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가 극대화됐던 2009년 금값은 24.8% 상승했었다.
금값 랠리 배경은?
금값은 왜 치솟는 것일까. 최근 금값 급등은 과거와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달러 변동성,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8월 22일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연설 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금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 중 또 하나는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금 수요가 증가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미얀마 내전 등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며 금값 상승을 뒷받침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달러 자산 신뢰가 흔들리자 2022년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 순증 규모는 연평균 260톤으로, 과거 130톤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해외 자산이 동결된 사례를 본 국가들이 금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상승세는 언제까지
최근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금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ETF 금 보유량은 실질금리 및 달러와 같은 기존 변수와 동조하면서도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험 속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금 매수 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됐지만, 선진국 저금리 기조와 금융 억압 정책이 재정 건전성과 물가 우려를 자극하며 금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향후 금값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부채를 찍어내는 부양을 할수록 금 가격은 상방 압력을 받는다”며 앞으로 5년간 트럼프 2기 종료 전후를 기점으로 미국 국가부채와 장기 중립금리를 고려한 가중 금의 적정가격은 9850달러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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