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투자 요구에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소진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부터 1400원대가 지속되다가 이날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300원대(1398.7원)로 소폭 하락했다.
한·미 통상 갈등 여파로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대를 넘어서면서 산업계는 관세 충격에 이어 환율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 수출에 호재로 작용한다고 보지만, 고율 관세로 수출이 감소한데다 국내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도 늘어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 이익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반면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가격이 올라 수익성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하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액과 외환보유고 감소 우려, 난항이 예상되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이 난마처럼 얽혀 당장 환율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율 25%를 받아들이면 대미 수출 급감, 경제성장률 하락 등이 불가피해 원화 가치 절하로 이어진다"며 "앞으로 환율 경로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한·미 협상이고 그 윤곽은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전후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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