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강도가 높아지면서 K-바이오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관세 등 트럼프발 변수가 언제든 방향을 달리할 수 있어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릴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추가 관세 부과는 중국 바이오의약품의 대미 수출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 의약품의 최대 수출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전문가포럼(CSF)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190억5000만 달러(약 27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초고율의 추가 관세를 더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한국 바이오업계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이달 1일부터 수입 의약품에 매기려던 100% 관세를 전격 연기하고, 중국 바이오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 시행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우리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상원은 최근 생물보안법을 포함한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생물보안법은 미 정부가 특정 바이오기술 기업과 계약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거래 금지 대상에는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 등 주요 중국 바이오기업이 포함됐다.
우시는 세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매출 3·4위를 다투는 업체다. 생물보안법까지 시행에 들어가면 한국 업체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고객사를 흡수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전체의 25%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34% 수준이다.
이 같은 반사효과 기대에도 국내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언제든 번복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이 불황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도 그렇다"며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며 유화 메시지를 내놨다.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자체적인 리스크 최소화에 힘을 쏟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일라이릴리가 보유했던 미국 뉴저지주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전격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3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을 사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현지 생산거점 확보를 추진 중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최근 취재진에게 "현지 공장을 사는 것과 짓는 것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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