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연휴 전 왜 이런 공시가?"… '올빼미 공시'가 뭐길래

 
사진챗GPT
[사진=챗GPT]

우리나라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 게다가 역대 최장 황금연휴였는데요. 열흘이라는 연휴 기간동안 마음이 편치 않은 투자자들도 많았을 겁니다. ‘올빼미 공시’가 올해도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죠. 매년 반복되다 보니 투자자 사이에선 ‘올 것이 왔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을 거예요.
 
이번 추석 전 올빼미 공시는 총 134건에 달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총 172건의 공시 중 71건(41.3%), 코스닥은 125건 중 63건(50.4%)이 장 마감 이후 발표됐어요.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악재성 공시였다는 점이다.
 
올빼미 공시는 연휴, 주말 등 3일 이상의 휴장을 앞두고 정규장 마감(15시30분) 이후 기업이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는 행태를 가리킵니다. 이름처럼 ‘어두운 시간대에 슬그머니’ 공개된다는 점에서 야행성 올빼미를 빗댄 표현이죠. 일반적으로 수시공시가 해당되며, 사업보고서나 지분공시 등은 제외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공시가 정해진 시한에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정보를 장 마감 후 대처할 수 없는 시간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습에 가깝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 전 나온 올빼미 공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영풍제지는 2일 오후 6시께 대표이사 교체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동성제약은 같은 날 오후 4시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민사 소송이 제기됐다고 알렸고, 1시간 뒤에는 대표이사 교체를 공시했습니다.
 
파라다이스의 경우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카지노 매출액을 발표했는데 전월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고 알렸습니다. 이는 연휴 이후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죠.
 
올빼미 공시는 보통 △계약 해지 △실적 악화 △감사의견 한정 또는 거절 △관리종목 지정 △횡령·배임 등 내부 리스크 △민·형사 소송 등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기업 가치와 신뢰도에 직결되는 중대한 정보들이 정규장 이후 발표되면, 투자자는 손 쓸 틈도 없이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또한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공시 발표 후 바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즉각 매매 대응을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알고도 당하는 거죠.
 
금융당국도 문제 인식은 하고 있으나, 뚜렷한 제재 수단은 없습니다. 그래도 노력은 하고 있어요. 과거 2006년 금융감독원은 야간 공시와 토요 공시를 폐지했고, 금융위원회는 2019년 연휴 직전·연말 폐장일에 반복적으로 주요 공시를 올리는 기업 명단을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는 KIND 홈페이지를 통해 휴장 이후 첫 개장일에 올빼미 공시를 ‘재공지’하는 절차를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이들 조치가 사후 통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아쉽습니다. 또 시한만 지키면 ‘불성실 공시’로 제재받는 사례도 극히 드물고, 늦어질 경우에도 내부 의사결정이라는 명분만 있으면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마켓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경우 기존 장 운영 시간 외에도 프리마켓, 애프터마켓을 운영하기 때문에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NXT 거래 종목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중소형주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이처럼 올빼미 공시는 전체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입니다. 이는 상장사에 대한 투자매력을 감소시키고,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겠죠. 올빼미 공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의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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