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관세 및 무역협상 후속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우리 정부 각료급 협상단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정부 고위 인사들과 2시간 넘게 협상을 진행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동행했다.
김 장관 일행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 상무부 청사에 도착해 약 2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한 뒤 오후 9시30분께 회의를 마쳤다.
김용범 실장은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며 세부 협상 내용은 언급을 피했다.
그는 앞서 입국 직후에도 “지금까지와 비교해 볼 때 양국이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지난 7월 한미가 큰 틀의 무역 합의안을 마련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세부 협상 중 핵심 일정으로, 특히 대규모 투자금의 집행 방식과 시기 등을 두고 양측이 세부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그간 대미 투자액의 구체적 집행 방법과 비율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다만 최근 협상에서 입장 차가 일부 좁혀진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안이 나올지 여부가 주목된다.
또 양국이 실질적인 합의문 작성 단계에 이르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남은 10여일간 양측 간 막판 조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협상의 진척 속도에 따라 정상회담 발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장관과 김 실장은 워싱턴 도착 직후 백악관 업무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50분간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 추진 방안이 논의됐다.
김 장관은 “마스가와 관련해 여러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눴다”며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마스가의 대표적 참여기업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데 대해서는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에 도착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 일정을 소화하면서, 미 재무부와 별도 협의에 나섰다.
구 부총리는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을 갖고, 미국 측의 3500억 달러 전액 선불 투자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특히 그는 대안으로 투자금의 집행 기간을 10년 등 장기로 분산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한국 경제의 유동성 안정과 실질적 투자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는 같은 날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베선트 장관 등 실무진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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