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긴장감을 상기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3년 만의 핵실험 재개를 시사한 데 대한 워싱턴포스트(WP)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1시간가량 앞둔 30일 오전 10시께,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른 나라의 핵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전쟁부(국방부)에 동등한 수준에서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는 핵실험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등 세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핵탄두를 실제로 폭발시키는 실험인지, 운반체계 시험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백악관 관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의 핵무기 실험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언론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동등한 수준에서'라는 표현에 비춰볼 때 실제 핵실험을 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미국의 미사일이나 전략 핵잠수함 등 해저 핵 자산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나의 집권 1기 시절 기존 핵무기의 전면적 업그레이드와 개·보수 작업 등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핵무기의) 막대한 파괴력을 고려해 이것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무기 능력에서) 러시아가 2위이고 중국이 한참 뒤처진 3위지만 5년 내 대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미국이 실제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릴 킴볼 미국군축협회(ACA) 사무국장은 "네바다주에 있는 이전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재개하려면 최소 36개월이 걸린다"면서 "(핵실험 재개는) 네바다주와 모든 동맹국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고, 적대국들의 연쇄적인 핵실험을 촉발시켜 핵확산금지조약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마지막 핵실험은 1992년 9월 23일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진행된 '디바이더' 실험이다. 같은 해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지하 핵실험 모라토리엄(일시중단)을 선언했고, 이후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에 서명하며 기폭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아왔다. 역시 CTBT에 서명한 중국은 빠르게 핵전력을 증강하고 있으나, 1996년 이후 핵무기 실험은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전 이 같은 글을 올리면서 중국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직후에도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할 적절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주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승인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는 중국의 핵 능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중국 역시 미국·러시아와의 핵 능력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핵무기 확대 및 현대화 능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인 것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의 제임스 액튼 핵정책 프로그램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핵실험을 지시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미국이 핵탄두 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와 중국도 뒤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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