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에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가 1년 새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시장이 경직된 규제와 제한적인 투자 상품으로 매력을 잃어가며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 가상자산 계좌 신고자는 2320명으로 1년 만에 2.2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1432명, 2023년에는 1043명에 그쳤지만 작년 말 가상자산 급등과 함께 대폭 증가했다.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는 대한민국 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이 해외에 보유한 금융계좌 잔액이 연도 중 하루라도 5억원을 초과할 경우 다음 연도 6월까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는 제도다. 2023년 6월(2022년 보유자)부터 가상자산 계좌도 대상에 포함됐다.
작년 전체 신고자 중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 계좌로 신고한 비중은 75.3%에 달했다. 이는 2022년(52.7%) 대비 22.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바이낸스가 고수익을 노리는 국내 코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위험·고수익 상품 취급이 제한돼 있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낸스는 폭넓은 거래 옵션, 다양한 상장 코인, 낮은 수수료 등을 강점으로 글로벌 1위 거래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전면 금지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를 지원하고, 최대 125배의 레버리지 한도를 제공한다. 이는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가 현물 거래 중심의 보수적 운영 방식을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장 코인 수도 바이낸스가 437개로, 업비트(294개)를 크게 앞선다.
바이낸스는 공격적인 투자자 확대 전략을 바탕으로 막대한 거래대금을 확보해 높은 유동성을 유지하고, 글로벌 투자자 유입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거래소들은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해외 이용자 거래가 사실상 차단된 데다가, 가이드라인 강화로 코인 상장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자금 흐름이 위축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거래소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완화된 제도와 시장 개방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법인 투자 확대나 해외 투자자의 국내 진입 허용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국내 거래소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시장 구조를 재정비하지 않으면 국내 거래소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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