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돌파한 빚투, 위험자산 조정 국면 우려에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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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국내 주식시장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25조원을 돌파하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발 기술주 조정과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베팅이 반도체 종목에 집중되면서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연쇄 충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46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 23조3458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2조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며, 2021년 9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25조6540억원)와 약 2000억원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며 확보한 자금으로 추가 레버리지를 감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11조4316억원 규모가 개인 순매도된 반면,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고는 6341억원에서 1조458억원으로 64.9%나 급증했다.
 
신용융자 증가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9월 이후 신용잔고 증가액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2688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한화오션(2055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종목이 100억~900억원대에 그쳤다. 금액 기준으로도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1조458억원에 달해 두산에너빌리티(8358억원), 네이버(7236억원)를 압도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SK하이닉스다. 같은 기간 이 종목의 신용잔고는 428억원 줄어든 반면, 주가는 80% 이상 급등했다. 이는 기관과 외국인이 상승을 주도하고, 개인은 삼성전자에 집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가 확대된 상황 속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조정신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7.32포인트(2.85%) 급락한 4004.42포인트 마감했다. 장중 4000선을 내주는 등 투자심리가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뉴욕증시도 기술주가 조정받으며 폭락했다. 4일(현지시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2.04%, S&P500과 다우지수는 각각 1.17%, 0.53% 하락했다.
 
월가 CEO들의 경고도 잇따랐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인공지능(AI) 과열로 10~20% 조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2년 내 큰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미국 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약화되고 있다. 파월 의장이 “12월 인하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12월 인하 가능성은 기존 94%에서 65~70%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지수는 99.5를 넘기며 3개월 이래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는 원화 약세, 외인 매도세 강화, 수출 기업 환차손 등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은 반대매매 리스크로 직결된다. 특정 종목에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자동 청산(반대매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삼성전자처럼 신용잔고가 과도하게 집중된 종목일수록 리스크는 더 커진다.
 
여기에 공매도까지 가세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차입 공매도 잔고는 18조2000억원으로, 공매도 재개 시점(3월 말) 대비 243% 급증했다. 특히 상위 20개 종목에 공매도 물량의 절반이 집중돼 있어,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공매도와 반대매매가 겹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정책적인 메시지가 빚투를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빚투를 가리켜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코스피 5000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창용 한은 총재도 “국내 주가 수준이 ‘버블’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기술주 조정이 확대될 경우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도→주도주 급락→반대매매 연쇄→개인 손실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국내 증시를 두고 ‘신뢰’가 ‘공포’로 전환되는 전환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무분별한 신용거래는 마진콜 가능성을 높여 손실을 부추기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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