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에 있어 오세훈의 경우

  •  원칙과 성실, 그리고 정치의 품격에 관하여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정치판이 어지럽다. 진실보다 의심이 앞서고, 검증보다 프레임이 먼저 달려간다.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둘러싼 최근의 공방을 보며 새삼 이 정치의 속성을 다시 본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이는 서울시장 오세훈, 그리고 자칭인지, 타칭인지 ‘정치 브로커’라는 명태균이다.
 특검 출석 길 앞에서 오세훈 시장은 단호했다. “조작된 여론조사였고, 캠프에 정기 제공된 적도 없다.” 포렌식 결과까지 언급하며 흔들림이 없었다. 반면 명태균은 “오세훈이 지시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부풀린다. 그러나 명태균, 그는 나흘 전 SNS로 불출석을 예고했다가 다시 번복했다. 그러한 오락가락 행태는 의혹 제기의 진정성보다 정치적 계산이 먼저 작동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정치란 결국 인물의 신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신뢰는 시간 속에서 증명된다. 오세훈 시장은 흔히 말하는 ‘화려한 시민정치’의 서막을 열었던 인물이다. 변호사이자 방송을 통해 ‘오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고, 젊은 정치인의 상징이었다. 그 시절, 그는 대구의 한 재래시장을 찾았다가 시민들의 인사를 받으며 스스로 무거운 다짐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면, 단 한순간도 허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날 이후 오세훈은 농담 한마디조차 조심했다고 회고한다. 그것이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치인의 자각이란 결국 그런 지점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오세훈 시장을 오래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말한다. 그가 보여준 태도는 화려함보다 절제였고, 말의 무게에 대한 예의였다. 대중적 인기를 얻기 훨씬 전부터 스스로를 단단히 관리해왔다. 그리고 그 원칙성은 지금도 그의 정치적 자산이다.
 명태균은 물귀신 전술을 쓰고 있다. 자기 몸에 묻은 흙을 남의 옷에라도 털어보려 한다. 그러나 정치의 진실은 늘 장기전에서 드러난다. 일시적 소음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오세훈은 승부가 아닌 과정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편법을 거부하고,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믿는 원칙을 놓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단기적 유불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치는 늘 시련 앞에서 사람을 보여준다. 오늘의 의혹과 반박, 그 혼란 속에서 누가 진정 책임 있는 지도자인지는 시간이 답할 것이다. 누군가는 흔들리고, 누군가는 흔들리지 않는다. 한 사람의 정치 인생에 쌓여온 신뢰는 하루의 소란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대중은 언젠가 진실의 문장 하나를 기억하게 된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 판단이 바로, 정치가 가는 길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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