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서울 日모녀 음주운전 참사에 여론 '충격'… 한·일 처벌 격차 재조명

  • 일본 언론 "한국 음주운전 사고, 일본 5~6배"

  • 유족 "한국은 일본과 달리 엄하게 처벌 안 하나"...한국 여론, 처벌 강화 요구 커

  • 日, 2006년 유아 3명 사망 사고 가해자에 징역 20년... 주변인도 처벌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모녀 중 어머니가 숨진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의 차도와 인도 사이에 세워진 볼라드가 충격으로 휘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모녀 중 어머니가 숨진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의 차도와 인도 사이에 세워진 볼라드가 충격으로 휘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에서 일본인 관광객 모녀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일본 사회에서도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실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건 직후 유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은 음주운전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일본 주요 방송사들도 연이어 보도에 나서면서 양국 사회 모두에서 제도 비교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고는 2일 밤 10시 2분경,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 인근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소주 3병을 마신 것으로 조사된 30대 운전자가 혈중알콜농도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을 넘긴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했고,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본인 관광객 모녀를 그대로 덮쳤다.

이 사고로 50대 어머니가 숨지고 30대 딸은 갈비뼈와 무릎 골절, 얼굴 열상 등 중상을 입었다. 모녀는 일본 오사카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입국해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 촬영지로 알려진 낙산공원 성곽길을 방문하던 도중이었다.

숨진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이는 SNS 스레드를 통해 "어머니는 낙산공원에 가고 싶어했고, 사고가 난 교차로는 바로 공원 앞이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어머니는 낙산공원 인근 교차로 사진을 메신저 배경으로 해 놓을 정도로 좋아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가해자 운전자는 가벼운 처벌 정도 밖에 안 받는 것 같다"며 "한국은 일본과 달리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 또한 한국 언론 보도에서 딸이 '경상'이라고 표현된 점도 반박하며 "무릎, 갈비뼈 골절과 이마에 10cm 열상까지 있다"며 경상이 아닌 중증 상해를 입었음을 지적했다.

사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의 온라인에서도 "한국은 일본보다 음주운전 처벌이 약한 것이 사실", "외국인에게 이런 일이 벌어져 더욱 부끄럽다", "동승자·술 제공자 처벌이 없는 것이 문제"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또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유족에게 사과를 전하는 댓글도 다수 등장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번 사고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TBS는 "서울 동대문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며 "한국의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일본의 약 5배"라고 전했다.

TV 아사히는 한국에서는 음주운전이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문제라고 보도하면서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7만건 넘게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약 1000명으로, 한국의 인구가 일본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6배나 더 많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음주운전 적발 건수에서도 한국은 연간 13만 건으로 일본의 6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동승자 및 술 제공자까지 처벌하는 법이 없어 재범률이 높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두 방송사는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캐나다인 관광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고도 함께 언급하며, 외국인 피해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이른바 '윤창호법(음주운전 가중 처벌)' 시행 이후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에게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이 강화된 상태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기준이 징역 2~5년, 가중 시 4~8년으로 설정돼 있어, 실제 선고 형량은 법정 최고형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특히 반성 여부, 피해자 측 처벌 의사, 합의 여부에 따라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반면 일본은 2006년 후쿠오카에서 어린이 3명이 사망한 음주운전 사고 이후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2007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운전자뿐 아니라 차량 제공자, 동승자, 주류 제공자까지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음주운전 방조죄'가 적용되면 동승자에게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500만 엔(약 473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후쿠오카 어린이 3명 사망 사건의 가해 운전자에게는 2011년 징역 20년이 확정되며 일본 사회에 강한 경각심을 남겼다.

물론 한국도 2019년 '음주운전 방조죄'를 신설했지만 입증이 어려워 실제 처벌된 사례는 드물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한국은 법 조항은 강화됐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 양형이 낮아지는 구조적 한계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이 외국인 피해까지 동반하면서 한국 내에서 음주운전 처벌 체계 전반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와 사법 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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