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퇴출 막힌 한계기업이 성장 발목…정상기업 대체 땐 투자↑"

  •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보고서 발간

  • "경제위기 때 정화효과 약화…퇴출 지연 지속"

  • "금융지원은 선별적으로, 신산업 투자 촉진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때 구조조정되지 않은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번 돈으로 이자도 못갚는 한계기업이 정상기업으로 대체됐더라면 해당 기간 국내 투자가 2.8%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12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를 발간하고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 성장 둔화는 대부분 민간소비와 민간투자 위축에 기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민간투자의 장기 둔화 배경으로 한계기업의 퇴출 지연에 따른 '이력현상'을 지목했다. 이력현상이란 일시적 충격이 실업률이나 투자 등 경제변수의 장기 흐름에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한다.

분석 결과 2000년 이후 투자의 이력현상은 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에서 발생했으며, 기업 투자 둔화는 주로 수익성 저하에 비롯됐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증가한 기업에 비해 장기적으로 투자 수준이 크게 낮고, 연구개발(R&D)·고용 측면에서도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경제위기 이후 한계기업이 퇴출되지 않아 정화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부유신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폐업률이 살짝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은 폐업률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팬데믹 당시에도 미국은 폐업률이 올라갔지만 한국은 오히려 내려가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실제로 2014~2019년 중 '퇴출 고위험 기업' 비중은 약 4%였지만 실제 퇴출된 기업은 2%에 그쳤다. 한은은 해당 기간 고위험 기업이 산업 내 정상 기업으로 대체됐다면 국내 투자가 3.3%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팬데믹 이후인 2022~2024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퇴출 고위험 기업 비중은 3.8%로 금융위기 이후 수준과 유사했으나, 실제 퇴출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같은 방식으로 정상 기업 대체가 이뤄졌다면 국내 투자가 2.8% 늘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부 과장은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가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 부진에서 비롯됐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투자의 이력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금융지원을 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해야한다고 밝혔다. 금융지원은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혁신적인 초기 기업에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산업 생태계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 과장은 "현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등에 더해 규제 완화로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우리경제의 미래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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