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오세훈 흔들기', 그 끝없는 비열함을 보며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여권에서의 '오세훈 흔들기'는 단 하루도 멈춘 적이 없다. 내란 프레임을 들이대던 때부터 지금까지, 공격의 방식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같다. 상대를 무너뜨림으로써 자신을 살리려는 정치, 그것도 미래가 아닌 과거의 방식에 기대는 정치, 그 낡은 행태가 요즘 다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그 대표적 장면들이다. 김 총리는 지난 17일 서울시가 6·25 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을 찾았다. 원래 총리가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사업 현장을 방문할 때는 관례가 있다. 중앙정부의 격려 혹은 예산·정책 협력이 수반되는 경우다. 그렇지 않다면 총리가 굳이 지자체 사업장까지 내려올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 사업은 시민 의견 수렴과 공모를 거쳐 이미 착공된 사업이다. 문제 제기를 할 시간은 진즉에 지나갔다.
 서울시는 감사의 정원을 "대한민국을 있게 한 국제적 연대의 역사적 의미를 기록하고, 미래 세대에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참전국에서 가져온 돌 위에 해당국의 희생을 기리는 문구를 새기고, 조명을 통해 하늘로 빛을 쏘아 올리는 조형물까지 설치한다. 한국전쟁을 '국제적 연대'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이며, 서울이 세계도시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서사다. 그런데 민주당과 친여 시민단체들은 "국가 상징 공간에 외국군 감사 공원을 둘 수 없다"며 반대한다. 
 김 총리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세 번이나 서울시 현장을 찾아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지난 10일에는 종묘를 찾아 문화유산 보호를 명분으로 세운상가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문체부 장관은 "현행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 막겠다"고 나섰다. 여기서 말한 현행법은 주로 '문화재보호법'과 '세계유산 관리지침'일 게다. 그러나 이 법들은 '보존과 개발의 조화'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서울시가 제시한 계획은 이미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자문 원칙에도 부합한다. 장관이 말한 "모든 조치"는 실체보다 정치적 표현에 더 가깝다.
 또 지난 15일에는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일어나자 즉각 "특별 안전 점검"을 지시했다. 사고가 나면 점검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마치 서울시의 '무능'을 부각시키려는 듯한 방식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이쯤 되면 행정적 협력은 사라지고, 감시와 견제만 남아 있다. 김 총리야 말로 서울시장 출마의 뜻이 있다면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안을 제시하며 경쟁하면 될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자체 사업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비성 방문'을 이어가는 건 부적절하다. 정치는 공정해야 하고, 선거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 
 사실 여권의 오세훈 흔들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야당 시절부터 민주당은 수시로 '프레임 정치'로 오세훈 시장을 공격해 왔다. 가장 노골적인 건 '내란 프레임'이었다. 12·3 계엄 당일 밤, 오 시장의 '계엄 반대·즉각 철회' 입장을, 아주경제는 서울시청으로 다시 출근해 시청 기자실에서 단독으로 보도했다. 정확히 그날 밤 11시52분51초였다. 이 기사가 이 시간에 나오지 않았다면, 오늘도 민주당은 내란 프레임을 반복하며 오 시장을 정면 공격하고 있을 게 뻔하다. 그러나 팩트가 공개되자 그 프레임은 단숨에 소멸했다. 민주당은 더 이상 그 이야기로 오 시장을 흔들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자, 그 빈자리에 서울시의 정책 사업들을 꼬투리 잡아 흔드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치가 서울의 미래를 조금도 앞당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광화문 광장도, 종묘 일대도, 한강도 모두 서울시민의 삶과 직결된 공간이다. 정쟁의 소재가 아니라, 도시 경쟁력의 중심이어야 한다. 정부가 진짜 중앙정부라면, 서울이 잘하도록 돕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계 톱 10 도시가 성공하면 대한민국도 성공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서울시를 경쟁자로 여기고, 서울시장을 잠재적 정치적 위협 상대로 보고 있다. 이런 식의 정치가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나. 정치가 깨끗해지려면 최소한 국민을 위한 일에 있어서는 협력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 들어 정치의 품격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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