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부산을 떠나는 이유, 근본부터 바꾸겠다"

  • 의료·일자리·콘텐츠 산업 육성 제시

사진박연진 기자
[사진=박연진 기자]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전 부산시당위원장이 1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제시한 부산시장 2차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정주(定住)'였다.

"부산을 떠나는 이유를 없애겠다"는 그의 선언은, 지금 도시가 마주한 핵심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진단에서 나온 말이다.

이 전 위원장은 먼저 의료 접근성을 언급했다. 그는 “중증 질환 치료가 필요하면 서울로 이동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불안이 여전히 크다”며 “부산에서 최상급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가 내놓은 구조는 기장 지역에 이미 조성된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국가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UNIST가 함께 참여하는 고난도 방사선 암 치료 체계다.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이 전 위원장은 자신이 공부한 의학·물리학 배경을 바탕으로 방사선 치료 기술을 설명했다. 엑스레이, 양성자 치료, 탄소 기반 중입자 치료의 차이를 짚으며 “AI 정밀진단 기술까지 결합하면 암세포를 표적해 치료하는 의료 환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지역은 현재 부산뿐”이라며 “서울대병원이 참여하면 중증 환자 이동 감소는 물론이고 해외 환자 유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두 번째 과제로 일자리를 들었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은 28곳으로, 전년보다 3곳 줄었다. 본사를 수도권으로 옮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금은 기존 산업 기반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 흐름을 반전시키려면 기업들이 미래 사업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장이 제시한 방안은 네이버·카카오·NC·노바티스 등 기술기업의 연구개발센터 유치다.

그는 “이들 기업은 AI 역량 강화가 생존과 직결되고, 서비스 실험이 가능한 도시를 필요로 한다”며 “부산 전역을 신기술 실증 지대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특정 기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형 플랫폼 기업과 경영진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고 밝히며 “시장과 기업의 의사소통, 산업 구조 이해 능력, 신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산업 분야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조선·해양·국방·바이오 네 개 축은 부산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라고 답했다.

거제·창원·울산으로 이어지는 동남권 산업벨트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보고, “부산은 이 축의 중앙에 있으며 기술 결합과 확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산의 고령화 속도를 언급하며 “지역 특성에 맞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게임·콘텐츠 분야 공약도 눈에 띈다. 이 전 위원장은 과거 한국게임산업협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스타 부산 이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그는 “지스타가 올해 다시 부산을 찾으며 콘텐츠 도시로서의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지스타의 영구 개최, 세계 최초 e스포츠 박물관, e스포츠 진흥재단 설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K-콘텐츠 기반 산업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지역 브랜드 경쟁력에 직접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장은 공약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판교테크노밸리 초기 조성 참여 경험을 언급했다. “NC소프트 사옥 디자인을 맡았던 만큼 테크 클러스터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기업들은 입지보다 ‘어떤 시장이냐’를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지역에만 투자를 집중해 지가가 왜곡되는 방식은 피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센텀의 가치가 이미 높아져 있어 대체 부지를 검토할 여지가 많다”며 “업종별 최적지를 분석해 2월께 구체적 개발 구상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병원 때문에 떠나지 않고, 일자리 때문에 떠나지 않고, 아이가 다시 돌아오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유치, 방사선 암 치료 고도화, 기업 연구소 유치, 지스타 영구 개최는 부산의 미래와 직결된 과제”라며 “이재성은 실천을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 경선에서 조연에 머물지 주연이 될지는 지켜봐 달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AI 전문가이자 성공한 기업인으로서의 경험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당내 경쟁 구도와 시민들의 평가는 아직 유동적이다.

그가 제시한 공약들이 '떠나는 도시 부산'을 '돌아오는 도시'로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