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의 대형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萬科, Vanke)가 또 다시 유동성 위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졌다. 완커가 디폴트에 빠지면 가뜩이나 불안한 중국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가할 전망이다.
27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완커는 내달 15일 20억 위안 규모의 역내 채권 만기를 앞두고 원금 상환 연기를 논의하기 위해 12월 10일 채권단과 회의를 열기로 했다. 완커가 채권단과 합의에 실패해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사실상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완커의 유동성 위기 소식에 이미 채권 시장에서 25일 완커 회사채 가격은 곤두박질치며 장중 한때 거래가 중단됐을 정도다. 2027년 만기 달러채 가격은 22% 폭락하며 42센트까지 떨어졌고, 2029년 만기 달러채 가격도 17% 폭락해 40센트 밑으로 내려갔다. 홍콩 주식시장에서 완커 주가도 26일부터 이틀에 걸쳐 12% 가까이 폭락하며 1년여만의 최저치로 하락했다.
완커가 이번 채권단 회의를 통해 채권 만기를 연장하더라도 디폴트 리스크는 여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6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원리금만 약 130억 위안(약 2조7000억원)이다. 당장 내달 28일에도 37억 위안 역내채권 상환 만기일을 앞두고 있다.
사실 최대주주인 선전지하철도 그간 완커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올해 2월부터 약 13차례 걸쳐 완커에 314억6000만 위안 유동성을 지원해 완커는 만기 도래한 채권 원리금을 적시 상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전지하철이 이달 초 완커와 주주대출 한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차이신에 따르면 완커는 계약에 따라 내년 6월말 주주총회 전까지 선전지하철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최대 6억2400만 위안에 불과하다. 완커가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를 두고 선전시 정부의 완커를 구제하겠다는 의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며 시장 불안감이 커졌다.
완커는 자력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 속 완커의 올들어 10월까지 매출액은 10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완커 현금 보유량은 약 600억 위안으로, 사실상 자금이 고갈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5일 시장에선 중국 투자은행인 중금공사(CICC)가 완커의 부채 구조조정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차이신은 보도했다. CICC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부실 부동산 기업의 재무 자문을 맡아 부채 구조조정 계획 수립을 지원해 왔던 만큼, 완커가 자체적인 부채 구조조정에 착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중국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지금 이 시점에서 완커가 디폴트에 빠진다면, 정부의 구제 정책 효과 자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주택 가격 하락세가 더 가팔라지고, 다른 국유 부동산 기업의 신용도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짚었다.
홍콩 자산운용사 포레스트캐피털 공동창업자인 리환도 블룸버그에 “완커 같은 대형 업체가 디폴트에 빠지거나 대규모 채무조정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충격은 부동산 업계 전체와 신용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2분기 들어 주택 거래가 다시 부진해지면서 글로벌 은행들의 중국 부동산 시장 전망도 어둡다. UBS은행은 향후 최소 2년간 중국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 레이팅스는 지난달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 지역별 신규 주택 매매가 현재 수준에서 15~2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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