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군단이 온다…계열사 47곳, 출자 회사 146곳까지 증가

  • 배그 단일작 의존도 낮추고…계열사·출자사로 성장 축 다변화

  • 타법인 투자 2.4조 중 1.25조가 '경영참여'…"돈만 대는 투자 아냐"

  • 블루 오션 게임즈 펀드·해외 스튜디오 편입…지역·장르·플랫폼 동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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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배그) 잘 만든 게임사’를 넘어 수십 개 계열사와 투자 회사를 거느린 게임·콘텐츠 그룹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종속회사와 출자회사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전체 사업 내 배그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스튜디오 역량을 활용해 지역·장르·플랫폼 영향력을 동시에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27일 크래프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직접 지배하는 종속회사는 47곳으로 집계됐다. 상장 직전인 2021년 20개 안팎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었다. 2022년 말 30개, 2023년 말 31개, 2024년 말 33개로 조금씩 늘다 올해 북미 콘솔·PC 개발사, 인도·동남아 모바일 게임사, 국내 인디·캐주얼 스튜디오 등이 한꺼번에 편입되면서 외형이 급격히 커졌다.
 
다른 회사 지분에 투자한 ‘타법인 출자’ 규모도 함께 증가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타법인 출자 장부가액은 약 2조4200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조9000억원)보다 5200억원 가량 커졌다. 투자 범위는 직접 세운 자회사 외에도 국내외 게임 개발사, 플랫폼사, 엔터테인먼트·콘텐츠 회사 등으로 다양화했다. 그 결과 총 출자 대상 회사 수는 146곳까지 확대됐다. 전년 동기(126곳)보다 20곳이 늘었다.
 
이 중 약 1조2500억원은 ‘경영 참여’ 목적 투자다. 주가·배당 수익을 노리는 재무 투자(단순투자) 금액은 약 1조500억원, 그 밖의 일반투자는 약 12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돈을 굴리는 투자보단, 실제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회사를 늘려 그룹 내로 편입시키는 작업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 ‘넵튠’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형 게임·애드테크(광고+기술) 업체인 넵튠은 한때 크래프톤이 일부 지분만 보유한 ‘투자 종목’에 가까웠지만, 이후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공시상 분류가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됐다. e스포츠·캐주얼 게임·플랫폼 등에서 양사가 함께 움직이는 그림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조직 내부에 투자 전담 법인·펀드 구조도 이원화했다. 그동안은 글로벌 투자법인이 해외 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 투자 관련 창구 역할을 전담했지만, 올해 게임 분야 집중 투자를 위한 전용 법인 ‘블루 오션 게임즈 펀드 I’을 새로 설립해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이 펀드는 개발·퍼블리싱(유통‧운영) 본업과 별도로 운용된다. 전 세계 유망 스튜디오·플랫폼에 자금을 투입하는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확장 작업에는 배그를 비롯한 기존 핵심 지적재산권(IP)에서 나오는 현금창출력이 바탕이 됐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839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약 7820억원)보다 570억원 가량 늘었다.
 
크래프톤은 이를 통해 수익원과 성장 동력을 분산하는 사업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신작이 부진해도 다른 계열사·출자사가 메워 주고, 각 지역·장르별로 특화된 개발사와 손잡아 신규 IP 경쟁력을 고도화하려는 작업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투자·계열 확대는 배그 이후를 준비하는 일종의 보험이자, 잘하는 회사를 미리 자기편으로 만들어 두기 위한 조치”라며 “장기적으로는 이 구조가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기업가치 재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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