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떨어지는데도...고환율·유류세에 발목 잡힌 기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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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과 유류세 인하폭 축소의 영향으로 국내 기름값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 효과가 환율 상승과 세금 인상 요인으로 사실상 상쇄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올해 1월 월평균 배럴당 80.4달러에서 11월 64.6달러로 19.7% 낮아졌다. 이달 들어서는 미국과 러시아 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교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6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 5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37달러(0.58%) 오른 63.88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 흐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첫째주(11월30일~12월4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746.7원으로 전주 대비 1.7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662.9원으로 전주보다 2.5원 올랐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미 1800원을 넘어섰으며, 국내 기름값은 지난 10월 다섯째 주부터 6주 연속 오름세다. 

기름값 강세의 가장 큰 주범은 고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9월만 해도 1300원대였으나 10월 말부터 가파르게 치솟아 최근에는 147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며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장중 1475.1원까지 올랐다가 1468.8원으로 마감했다.  

해외투자 수요 확대 등으로 달러 수요가 늘면서 시장 불안이 커졌고, 시장에서는 수급이 더 악화될 경우 한달 안에 1500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수입 단가가 상승해 정유사의 구매 비용이 커진다.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환율 상승폭이 더 크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 효과는 사실상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름값이 국제유가 대비 2~3주 후 반영되는 구조 역시 가격 하락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처럼 환율 변동폭이 큰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실제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도 전에 새로운 상승 요인이 발생해 기름값 오름세를 다시 부추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축소도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10%에서 7%로 경유는 15%에서 10%로 낮췄다. 이 조치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리터당 25원, 29원 오르는 효과가 발생했다. 

유류세는 2021년 말 이후 18차례에 걸쳐 한시 인하 조치가 유지돼왔으며, 정부는 올해 말까지 두달 더 연장하면서 인하율을 일부 축소하는 '단계적 환원'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연말 이후 인하 조치를 전면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환율이 여전한 상황에서 유류세 환원이 이뤄질 경우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어서다.  

이번주 기름값 상승 폭이 다소 축소되기는 했지만 오름세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수입 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구조"라며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할 경우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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