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쿠팡이 끌어 올린 로비 논란, 로비공개법 제정하라

쿠팡을 둘러싸고 한국의 ‘대관업무·로비’ 관행이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민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검찰·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국회 보좌진 출신 퇴직자들이 쿠팡 계열사의 대관·정책 조직으로 상당수 재취업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잠실 본사 외에 강남역 인근에도 정책·대관 관련 별도 사무실을 운영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입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접촉과 로비 활동이 등록·규제 장치 없이 비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식 투명 관리 제도의 도입을 주문했다. 한국은 별도의 로비스트법이 없고,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금품을 받고 법적 사무를 취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들은 전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실상의 로비 기능을 수행하는 대관 조직을 운용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외 사례를 보면, 로비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수면 위로 끌어내 투명하게 관리하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미국의 로비 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은 로비스트 등록, 분기별 활동·지출 보고를 의무화하며, 미등록 또는 허위 보고 시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캐나다의 로비법(Lobbying Act)은 등록·보고 의무뿐 아니라, 전직 고위 공직자가 일정 기간 로비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쿨링오프 기간을 둔다. 유럽연합(EU)도 로비 활동과 지출을 ‘투명성 등록부’에 기록·공개해 시민 감시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 제도들은 로비를 허용하되, 모든 활동을 공개하고 책임을 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번 쿠팡 논란을 계기로 한국도 더 이상 음성적 로비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도권 아래에서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역시 형식적 규제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 또한 비대한 대관 조직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 합법적이고 투명한 정책 협력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비공개·비제도권 대관 활동을 방치한다면, 공정·신뢰·법치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이제는 제도를 정비하고 수면 위로 끌어올려, 기본과 원칙·상식이 작동하는 투명한 정책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한비자는 법이 신분·권력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법불아귀(法不阿貴)’를 강조했다. 논란이 되는 대관 업무로 특정 기업이나 관련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게 된다면, ‘기본·원칙·상식’의 틀 안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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