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비우량채 시장은 사실상 셧다운…대기업도 회사채 발행 미룬다

  • 국고채 금리 상승에...발행금리 급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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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루트는 다양하다. 대출을 받거나, 증자를 하거나,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채권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 방식이 회사채다. 이 가운데 최근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좋은 대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을 미룰 정도다. BBB급 비우량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연말에 가까울수록 회사채 발행이 줄긴 하지만, 최근엔 사실상 '셧다운'됐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얼어붙는 분위기다. 국고채 금리 상승에 따른 발행금리 부담에 더해 투자심리 위축이 겹친 결과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발행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는 낮고 자금 수요는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들어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5조99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조2017억원보다 약 1조원가량 줄었다. 시장 수요가 약해지자 기업들이 적극적인 조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말로 갈수록 회사채 발행이 감소하는 것은 통상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최근 채권시장은 예년보다 훨씬 안 좋다.

이유는 국고채 금리 상승에 있다.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고채 금리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7월 2.4%대에서 최근 3%대로 뛴 상태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도 이날 48.9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8bp 가까이 벌어졌다. 지난 11일에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AA- 등급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 모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가 뛰자 회사채 금리 역시 연쇄적으로 상승하며 채권시장 전반의 부담을 키웠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도 회사채 발행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통상 AA급 이상 기업들은 금리 환경이 다소 나쁘더라도 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지만, 높아진 금리 레벨로 우량 기업들도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발행하거나 발행을 연기하고 있다. SK텔레콤(AAA)은 내부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다가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글라스(AA)도 이달 중순께 3년물을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상반기로 발행 일정을 미뤘다. 

특히 BBB 이하 회사채 발행은 씨가 말랐다. 올해 하반기(7월 1일~12월 12일) BBB등급 회사채 발행금액은 34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560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월별로는 더 심각하다. 10월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11월에도 32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한 건 있었을 뿐이다. 

이들 비우량채의 경우 거래 부진으로 민간평가사 평가금리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더욱 뚜렷하다. 우량채는 수요가 몰리며 언더 발행(민간평가사 평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BBB급 채권은 거래 자체가 드물어 적정 가격 형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홈플러스 사태 이후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고위험·고수익 채권) 시장 전반에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 때문에 올 들어 BBB급 회사채 미매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SLL중앙(BBB0)은 9월 1년물 300억원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고, 이랜드월드(BBB0) 역시 2월과 8월 연속으로 미매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BBB 시장이 흔들릴 경우 충격이 A급 채권 시장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BBB 구간이 그동안 회사채 시장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BBB급 채권 시장이 일정 규모로 확대되고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그 아래 단계인 BB급까지도 점진적으로 투자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며 “하이일드 펀드 세제 지원 재도입 등 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1분기까지는 기업들의 조달 전략이 보수적으로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기준 3%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 연초 회사채 발행물량은 예상보다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국채 금리 레벨에서는 발행 시기를 이연하는 물량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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