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금융계급제] 선의의 정책, 금융 불안으로…"금리 깎기 아닌 공급 확대가 중요"

  • 금리 인하로만 푸는 포용금융…"저신용자의 선택지 높여야"

사진챗GPT
[사진=챗GPT]


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고신용자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려는 정책 개입이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며 대출 공급 위축과 불법 사금융 유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이 10월 대출을 공급한 600점 이하 저신용자(4.91%) 금리는 801~850점대 가계대출 차주(5.44%)보다 0.53%포인트 낮았다. 신한은행 역시 600점 이하 차주(5.48%)가 751~800점대 차주(5.69%)보다 0.21%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은 2금융권에서도 확인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의 501~600점대 차주 평균 대출금리는 15.75%로 초고신용자인 900점 초과 차주(16.31%)보다 0.56%포인트 낮았다. 다올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 역시 같은 기간 두 차주 간 금리가 각각 0.47%포인트, 0.34%포인트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정부 들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하반기 들어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 우대금리를 확대하며 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시장의 위험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신용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 온 데에는 상환 능력과 연체 위험이라는 요인이 있다. 이러한 구조는 뒤로 한 채 금리만 낮추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질서 왜곡은 물론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정책으로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은 이날 열린 대부금융협회 ‘소비자금융 콘퍼런스’에서 “지난 20년간 법정 최고금리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신용대출은 13조원에서 5조원으로 줄었고 금융취약계층 약 197만명이 대부금융 시장에서 이탈했다”며 “금리를 낮추는 정책이 오히려 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 선택지를 줄이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저신용자 제도권 금융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 금융사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어 자금 공급이 어려운 구조가 된다”며 “핵심은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 안에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공급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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