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가 100일을 넘긴 가운데,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 시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후속 대책이 해를 넘길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도심의 핵심 공급 사업도 줄줄이 차질을 빚으면서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는 보상 문제와 존치 요구가 맞물리며 추진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도심 내 대규모 부지 개발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주도권 싸움 역시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당초 2만 가구 수준의 공급을 예고했던 서리풀지구의 개발사업 추진 동력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지구 지정 단계부터 터져 나온 주민들의 반발이 보상 문제를 넘어 전면 거부 수준으로 확대된 탓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을 해제하고, 신규택지 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다. 서리풀1지구에 1만8000가구, 서리풀2지구 2000가구 등 221만㎡ 부지에 총 2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내년 초 지구 지정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주민 반발로 사업 추진에서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1지구는 낮은 보상가를 이유로 실질적인 거부권을 행사 중인 반면, 집성촌과 종교 시설이 포함된 2지구는 ‘지구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을 통해 보상 시점을 앞당기는 등 속도전에 나섰지만, 주민들이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공청회 불발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리풀 2지구 공공주택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생략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설명회가 불발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차 공청회, 이달 13일 2차 공청회도 모두 취소됐다.
정부는 공청회를 갈음한 신문 등 공고 후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 등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청회 생략을 통한 사업 추진이 향후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추후 강제수용 등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아울러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 한국교육개발원 용지 등 도심 내 소규모 부지 개발사업 역시 일부 주민들이 “품질 낮은 공공주택”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도심 주택공급 정책에서 답습했던 문제가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서울 도심 공급의 핵심 축인 용산정비창 사업 역시 공급 규모를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중이다. 국토부는 공급 극대화를 위해 정비창 사업을 통해 1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교통 및 생활 인프라의 과부하를 이유로 기존 6000가구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H가 꺼내든 ‘유보지 용도 전환’ 카드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3기 신도시 등의 유보지를 주택용지로 돌려 최대 7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지자체와의 추가 협의가 필수적이어서 실제 착공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한 공급 물량이 제때 나올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진 것이 문제”라며 “서리풀지구를 비롯한 주요 사업지의 갈등을 조정할 정교한 협상 전략 없이 강행군만을 고집할 경우, 정부의 착공 로드맵은 말 그대로 로드맵에 머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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