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특별기획] "집값이 말한다"…수도권 집중이 낳은 '주거 양극화' 민낯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자산 양극화가 비가역적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한 주거 정책의 실패나 수급 불균형을 넘어, 사회 인프라와 노동·산업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국가 공간 구조의 기형성’이 집값에 투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대한민국 주택 시장은 ‘서울 불패’와 ‘지방 침체’라는 양극화 현상을 극단적으로 강화시킨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8.0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2006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지방 아파트 시장은 대구와 경북 등 주요 거점 도시의 매매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지난 7월 지역별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수도권은 152, 지방은 105.2를 기록해 양자의 격차가 17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부동산 자산 가치의 격차는 중위가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9000만원에 달했으나, 기타 지방은 2억원에 머물며 약 6배 수준의 격차를 보였다.
 
수도권 주택이 자본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승격한 반면, 지방 주택은 자산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단순 ‘소비재’로 전락한 셈이다.
 
수요 쏠림 현상은 청약 시장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1~10월)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46.6대 1을 기록해 전국 평균(7.2대 1)보다 무려 20.4배나 높았다.
 
인프라와 인력이 꾸준히 유출된 지방은 완공된 '빈 집'만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월 기준 2만808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월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 중 84.5%는 지방에 집중돼 현지 건설업계의 연쇄 도산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의 원인을 자산의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국토 개발 구조의 모순에서 찾는다.
 
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대규모 광역교통망과 인프라 확충이 역설적으로 지방 수요를 서울로 끌어들이는 ‘빨대 효과’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상위 100대 기업 본사의 86%가 수도권에 밀집된 경제 지형 역시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입을 강제하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정책도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결과적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심화시켜, 지방의 주택을 투매 후 서울 상급지 자산으로 갈아타는 자산의 ‘상경(上京) 현상’을 더욱 고착화했다는 분석이다.
 
홍사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과도한 인구 집중은 주거용, 상업용 부동산 수요 자체를 증가시켜 결국 전반적인 입지 비용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등 주요 국책기관과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지방 거점의 교육·의료·일자리 인프라를 서울 핵심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균협 잡힌 국토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은이 최근 발간한 '주택시장 양극화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호주·캐나다·일본 등 선진국의 주택가격 양극화가 심화된 가운데, 한국은 청년층 수도권 집중화로 그 정도가 특히 심각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수도권으로 많은 산업과 일자리가 모이는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택 정책만으로는 집값 안정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지방의 중견 기업들이 대규모 부도 사태를 맞으며 양질의 일자리와 산업을 갖춘 경우가 희소해졌고, 2010년을 지나며 산업구조가 신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인력과 자본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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