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마시고 싼 것 찾는다" 美 관세로 세계 스카치위스키 업계 직격탄

  • 포브스 스코틀랜드 부총리 "재앙적 영향 몰고 올 것"

케이트 포브스 왼쪽 둘째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제1부총리가 지난 5일현지시간 디아지오 산하 달위니 위스키 증류소를 방문했다 사진포브스 부총리 페이스북
케이트 포브스 (왼쪽 둘째)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제1부총리가 지난 5일(현지시간) 디아지오 산하 달위니 위스키 증류소를 방문했다. [사진=포브스 부총리 페이스북]

영국산 물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조치로 인해 세계 스카치위스키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위스키 판매는 전년 대비 2.5% 줄어들었다. 3년 연속 감소세다. 판매가 줄면서 위스키 재고가 늘고,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 주요 위스키 업체의 생산도 줄었다. 케이트 포브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제1부총리는 이달 5일 달위니 등 스카치위스키 증류소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위스키 생산 감소는) 농촌 경제에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스카치위스키에 대한 미국 관세가 "재앙적인(catastrophic)" 영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영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데, 무역 협정이 타결될 때까지 스카치위스키 등 영국 제품에는 10%의 기본 관세가 부과된다. 지난달에는 영국산 소고기와 커피 등 일부 품목에 대해 미 관세 면제 조치가 시행됐지만, 위스키는 제외다.

관세 등의 영향으로 올해 1~9월 미국 내 스카치위스키 판매는 전년 대비 6%가 줄었다. 이는 작년의 9% 감소보다는 덜한 수준이지만, 5년 전만 해도 전년 대비 4% 증가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큰 감소다. 영국 스카치위스키 협회는 지난 9월 미국의 10% 관세로 인한 업계의 손실을 매달 2000만 파운드(약 400억원)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줄어드는 일자리는 1000개 이상이다.

영국 주류 산업 연구기관인 IWSR의 루크 테그너 컨설팅 부문 대표는 "(싱글) 몰트 위스키가 캐스크(술통) 째로 재고가 많이 있다"면서 "사람들이 스카치위스키를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덜 마시고 한 병에 쓰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치위스키가 비싸지면서 저렴한 술을 조금씩 마신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양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카치위스키 업체들은 생산을 줄이고 있다. 조니워커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위스키 업체인 디아지오 측은 FT에 "현재 수요에 맞춰 생산 능력을 맞추기 위해 일부 몰트 증류소의 생산을 줄였다"고 밝혔다. 디아지오는 일부 증류소의 위스키 생산을 주7일에서 주5일로 축소하고, 스코틀랜드 북부에 있는 한 증류소는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글몰트 등 고가 위스키의 소비는 줄었지만, 여러 곡물의 원액을 혼합하는 등 비교적 저렴한 블렌디드 위스키의 소비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FT는 작년에 몰트 위스키의 판매는 전년 대비 7% 줄었지만, 블렌디드 위스키는 1% 감소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관세 여파는 미 국내 위스키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켄터키주의 버번 위스키 업체인 짐빔은 클러몬트에 있는 메인 증류소의 생산을 내년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전미식품ㆍ상업노동자노조(UFCW)에 따르면, 켄터키는 전 세계 버번 위스키의 95%를 차지하며 켄터키 내에서 생산되는 버번 위스키의 절반 이상이 짐빔이라고 한다.

회사 측은 생산 중단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 이유 중 하나로 미 관세에 대한 반발 심리로 인한 캐나다 내 미국산 제품 보이콧 운동이 꼽힌다. 미국은 올해 들어 캐나다산 물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부과 이후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었다. 올해 2분기 미국산 위스키의 캐나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85%가 줄었다고 캐나다 CBC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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