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중소기업 승계, 폐업 막는 마지막 선택…M&A는 '존속의 질서' 안에서 설계돼야

중소기업의 고령화는 더 이상 예고된 미래가 아니다. 후계자 부재로 지속 경영이 불투명한 중소기업이 67만 곳을 넘는 현실은, 승계 문제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지역 경제와 산업 기반을 좌우하는 국가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인수합병(M&A)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다.

지금까지 중소기업 승계 정책은 가족 중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인구 구조 변화와 창업 환경의 급변 속에서 ‘물려줄 사람이 없는 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질문이다. M&A는 기술과 일자리, 산업 경험을 함께 이어갈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M&A 승계가 ‘헐값 매각’이나 ‘투기적 인수’의 통로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기업가치 평가와 실사 비용 지원을 제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타당하지만, 그 전제는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절차 간소화 역시 필요하지만, 이해관계자 보호와 책임 원칙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독일은 중소·중견기업인 ‘미텔슈탄트’를 경제의 근간으로 삼아 왔다. 독일에는 투기적 M&A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단일 법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내부 승계를 중심으로 한 시장 구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기업 승계 매칭 체계, 장기 운영을 전제로 한 인수 관행을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적 인수의 유입을 자연스럽게 억제해 왔다. 승계의 목적을 ‘소유 이전’이 아니라 ‘기업 존속’에 두는 사회적 합의가 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승계 정책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일자리와 지역 경제가 있어야 한다. 승계의 성패는 거래 성사 여부가 아니라, 기업이 계속 운영되고 고용이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 일정 기간 고용과 사업 유지를 유도하는 장치, 지역 산업 생태계와 연계한 지원이 함께 설계되지 않는다면 승계는 연착륙이 아니라 정리 수순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승계 M&A 플랫폼 구축과 중개기관 등록제 도입 역시 방향은 옳다. 그러나 플랫폼이 단순한 매칭 창구에 그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전문성을 제공하는 공적 인프라로 기능하려면 관리·감독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기본과 상식은 분명하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 그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M&A를 통한 중소기업 승계 특별법이 ‘존속’과 ‘책임’이라는 원칙 위에서 설계될 때, 중소기업 정책은 비로소 폐업 관리가 아니라 지속 성장을 위한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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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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