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는 한국 유학생 사례도 포함됐다. 해당 학생은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는 홍보를 믿고 J-1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지만, 교육과 무관한 단순노동에 투입됐고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도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이는 J-1 제도의 취약성이 특정 국가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적 허점은 한국에도 현실적인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이 다수 연루된 불법 취업 단속 사례가 알려지면서, 현지 인력 운용과 비자 관리의 허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규모 대미 투자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인력 이동과 비자 제도가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들이 개별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미국의 이민·비자 정책 기조는 전반적으로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강화된 심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비자 발급 요건과 체류 관리가 한층 강화됐고, 조지아주 사례까지 겹치며 미국 내 체류 환경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유학생과 청년층은 학업과 취업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떠돌이 신세’에 놓일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H-1B 비자 수수료 인상은 대학과 연구기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교수 상당수가 H-1B 비자에 의존하고 있고, 유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 경로 역시 이 비자에 좌우된다. 미국 고등교육계에서 “취업할 길이 없다면 학생들이 애초에 미국 대학 지원을 꺼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유학과 취업을 주요 경로로 삼아온 한국 청년들은 비자 문턱이 높아질수록 불확실성에 노출되고, 기업 역시 인력 확보와 현지 운영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나 적응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문제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사후적이다. 사건이 발생한 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해외 취업·연수·유학 전반을 포괄하는 비자 환경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J-1 비자 운영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스폰서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미국 측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B-1 비자의 활용 기준을 명확히 해 불법 취업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숙련 인력을 위한 H-1B 비자 절차 간소화나 신속 처리 방안, 나아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취업비자 제도(E-4 등) 논의도 중장기 과제로 재가동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은 현장의 실제 수요와 위험 요인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하며, 국회 역시 초당적으로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서야 한다. 대미 투자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만큼, 인력과 비자 문제 역시 국가 차원의 책임 아래 다뤄져야 한다.
자국민 보호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건이 터진 뒤 수습하는 임시방편으로는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한 J-1 비자 문제와 조지아 사태, 그리고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미국 이민 환경이 공통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사후 관리가 아니라 사전 예방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한국 유학생과 청년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국가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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