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들었다/별이 들었다/잠시 잠깐 빗발이 들었다/넘쳐들지 말라고 바람이 들었다
–정끝별 ‘겁 많은 여자의 영혼은 거대한 포도밭’ 중
어둑한 무대 위로 조명이 총총 빛나고, 시집을 넘기는 소리가 눈 내리듯 사각거렸다. 별이 쏟아지는 겨울 편백숲 밤하늘 아래서 불멍하듯, 관객들은 무대 위 시집을 둘러싸고 음악과 시의 템포에 마음을 맡겼다. 선율에 따라 눈발이 날렸다가, 별이 쏟아지고, 볕이 들었다.
관객들은 대극장 무대 위 푹신한 방석에 앉아, 텅 빈 3000석의 객석을 마주했다. 불이 꺼진 객석과 무대 위로 조명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무대 위에 오른다는 자체에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했지만, 관객들은 이내 텅 빈 객석에 안도했다. 별 아래 옹기종기 모이듯 각자 자리에 앉아 시집을 펼쳤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가라앉았다.
음악에 따라 조명은 분홍, 초록, 노랑으로 색을 바꿨고, 그때마다 시집의 새하얀 종이색도, 무대를 감싸는 결도 달라졌다. 누군가는 시를 읽었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음악에 몰입했다. 또 누군가는 무표정한 얼굴로 빈 객석을 응시했다. 고요, 슬픔, 위로, 기쁨으로 이어지는 플레이리스트의 템포에 따라서 시의 운율도, 심장 박동도 달라졌다.
'리딩&리스닝 스테이지'는 이름 그대로 책과 음악이 만나는 무대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세종 시즌을 대표하는 7곡의 음악을 엄선했고, 출판사 문학동네는 세종 시즌의 27개 무대와 결을 같이하는 27권의 시집을 큐레이션해 무대 중앙에 비치했다.
공연 중간에는 약 30분간 아트다이얼로그가 진행됐다. 문학동네는 서울시뮤지컬단의의 '더 트라이브'와 함께 감상하기 좋은 작품으로 신이인의 시집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를 선정했다. 객석을 등지고 관객과 마주 앉은 시인 신이인은 '젊은 날-우주정류장' 등 자신의 시를 직접 낭독했다.
신이인은 자신의 리듬에 대해서 말했다.
"케이팝이라면 자주 듣는 편이에요. 작업할 때는 아무 것도 안 듣지만, 작업 사이사이에 추진력을 얻기 위해 케이팝을 들으면서 충전한다고 할까요."
리딩&리스닝 스테이지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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