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준의 투자노트] "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거래량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

사진챗GPT
[사진=챗GPT]

낯선 도시로 출장을 가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식당 안을 기웃거립니다. 메뉴판보다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손님의 수'입니다. 빈 테이블만 가득한 식당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줍니다. "음식이 맛이 없나?", "재료가 신선하지 않은 것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죠. 반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식당은 고민 없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만듭니다. 수많은 사람이 이미 맛을 검증했다는 믿음 때문이죠.
 
주식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식당의 손님 수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거래량'입니다. 거래량은 해당 종목에 얼마나 많은 시장 참여자가 몰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입니다. 오늘은 거래량이 주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거래량, 시장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평점'
거래량이 늘었다는 것은 그 가격대에서 매수·매도 충돌이 활발해졌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종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28분 기준 삼표시멘트, 한국비티비, 해성옵틱스, 신라섬유, 양지사 등은 거래량이 전일 대비 각각 100%(1481만주), 582%(445만주), 239%(401만주), 804%(324만주), 1334%(307만주) 급증했습니다. 거래량이 폭발하자 주가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같은 시간 삼표시멘트는 9.00% 상승했고, 한국비티비(20.18%), 해성옵틱스(9.92%), 신라섬유(26.53%), 양지사(16.03%)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현재 코스피가 -3.89%, 코스닥이 -3.76%를 기록하며 시장 전체가 급락한 상황에서도 이들 종목은 오히려 상승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장세에서 거래량이 몰린 종목들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돈 셈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거래량은 '관심'이 아니라 '유동성'
식당에 손님이 몰리면 재료 회전이 빨라지고 음식이 더 신선해지기 마련입니다. 주식도 비슷합니다. 거래량이 풍부한 종목은 유동성이 충분해 내가 팔고 싶을 때 비교적 원활하게 매도할 수 있습니다.
 
반면 거래량이 없는 종목은 작은 매도 물량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립니다. 종목이 가진 가치와 별개로 수급 공백 때문에 가격이 과도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투자자들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가는 속여도 거래량은 못 속인다"
물론 거래량은 조작될 수 있습니다. 새로 문을 연 상점이 호객꾼을 동원해 붐비는 것처럼 연출하듯, 주식시장에서도 자전거래 등으로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행위는 근절돼야 마땅하지만 관련 이슈는 여전히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결국 냉정합니다.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상승을 이끄는 것은 결국 ‘실질적인 매수세’입니다. 상승 추세를 이어가려면 결국 시장의 실질적인 매수세가 뒤따라야 합니다. 거래량만 급증한 뒤 빠르게 식어버리는 종목은 상승 탄력이 꺾이며 급락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거래량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증가 흐름이 주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여부입니다.
 
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거래량은 주가 위치에 따라 다른 신호를 준다
거래량은 주가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를 보냅니다.
 
첫째는 바닥권 거래량 증가입니다. 주가가 장기간 하락하거나 횡보한 뒤 거래량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서서히 늘어나면 누군가가 저점에서 물량을 모으는 매집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상승 초입의 거래량 폭발입니다. 박스권 돌파와 함께 거래량이 급증한다면 이는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가 유입됐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시장의 관심이 붙고 뉴스와 테마가 따라오면서 주가가 가속도를 얻습니다.
 
셋째는 가장 경계해야 할 고점권 거래량 폭발입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뒤 거래량이 기록적으로 치솟는 구간은 대개 '손바뀜'이 극대화되는 시점입니다.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와 기존 보유 세력의 매도가 맞부딪히면서 거래량이 폭증하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어든다면 상승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종목은 '대기 줄'이 있는가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금리와 환율, 지정학적 리스크, 기업 실적 변수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투자자들이 확인해야 할 것은 뉴스 헤드라인이 아니라 시장의 돈이 실제로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입니다. 그 출발점이 거래량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계좌에 담긴 종목은 북적이는 맛집입니까, 아니면 파리만 날리는 적막한 식당입니까? 주가 차트는 얼마든지 화려하게 꾸밀 수 있지만 거래량은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이 남긴 흔적입니다. 오늘 장이 끝난 뒤 내가 보유한 종목의 '대기 줄'을 다시 확인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