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6·3 지방선거, AI 선수를 뽑자] ⑯후보 토론회에 AI 질문이 사라진 이유

  • ― 묻지 않는 선거가 책임 없는 행정을 만든다

AI는 이미 지방행정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재난 예측, 교통 흐름 분석, 복지 대상자 선정, 예산 우선순위 설정까지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개입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AI 관련 질문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이 간극은 우연이 아니다. 구조의 결과다.
 

첫째, 토론은 여전히 ‘갈등이 드러나는 주제’에 집중된다. 정당 간 공방이 가능한 이슈, 이해관계가 선명한 현안,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이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반면 AI 리터러시는 정쟁의 소재가 되기 어렵다.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조용히 갈릴 뿐, 목소리를 높일 사안은 아니다. 그래서 빠진다.
 

둘째, 질문의 난이도다. AI 행정은 구호로는 말하기 쉽지만, 구체적 질문 앞에서는 준비 정도가 드러난다. “AI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AI 분석 결과와 현장 판단이 충돌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원론으로 빠져나가기 어렵다. 토론 주최 측 역시 이러한 질문을 던질 전문성과 준비가 충분한지 점검해야 한다.
 

셋째, 유권자 체감과의 거리다. 많은 시민은 AI를 여전히 ‘기술의 영역’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복지 탈락 통보, 교통 체계 변경, 지원 순위 조정처럼 생활 속 결과로 나타난다. 설명 없이 결과만 통보될 때 불신은 커진다. 토론에서 AI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시민은 그 판단 구조를 검증할 기회를 잃는다.


문제는 그 공백의 비용이다.


묻지 않으면 준비 여부는 드러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채 당선된 단체장은 취임과 동시에 AI와 데이터가 전제된 결재 문서에 서명하게 된다. 이해하지 못하면 질문할 수 없고, 질문하지 못하면 책임질 수 없다. 그때 행정은 전문가와 외주 보고서의 언어에 의존하게 된다. 책임은 흐려지고, 결정의 근거는 시민에게 닿지 않는다.

AI 시대의 토론은 공약 경쟁이 아니라 판단 구조를 가리는 자리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은 최소 기준이 돼야 한다.

AI 분석이 활용된 정책의 최종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데이터에서 배제될 수 있는 주민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알고리즘 오류가 드러났을 때 공개와 수정 절차는 어떻게 설계돼 있는가.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설명 책임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견해 차이가 아니라 준비 부족이다.
 

후보 토론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선거 이후 4년의 기준을 미리 세우는 자리다. 질문의 수준이 낮으면 행정의 수준도 낮아진다. 질문이 바뀌지 않으면 리더십도 바뀌지 않는다.

아주경제가 말하는 ‘AI 선수’는 기술 전문가가 아니다. 불편한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이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되,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AI를 핑계로 책임을 미루지 않는 사람이다.
 

6·3 지방선거, 이제는 토론의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픽지피티
[그래픽=지피티]

AI 질문이 사라진 토론은 준비되지 않은 행정을 예고한다.
AI 선수를 뽑는다는 것은 결국 그 질문을 다시 중심에 세우는 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