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보트에서 항공모함까지… 인도 해군 '비크란트'에 오르다

2월 19일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의 비행갑판 활주로 끝에 인도 국기가 흩날리고 있다 사진 AJP 김희수
2월 19일 비샤카파트남(Vizag) 항 근처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의 비행갑판 활주로 끝에 인도 국기가 흩날리고 있다. [사진= AJP 김희수]

비샤카파트남(Vizag) 항을 출발한 작은 보트는 30분 넘게 파도를 가르며 바다를 달렸다. 선두에 앉은 기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수평선으로 향했다. 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바다 위에, 어느 순간 거대한 철벽 같은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도 해군의 항공모함 비크란트함이었다. 1971년 인-파 전쟁의 영웅 함정 이름을 계승한 이 배는, 설계부터 건조까지 인도의 순수 자국 기술로 완성된 첫 번째 항공모함이다.

선체에 가까워질수록 크기는 실감이 났다. 작은 보트가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배 옆으로 임시 사다리형 연결 다리가 설치되자, 우리는 차례로 그 위를 따라 올라섰다. 이날 취재에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25개국에서 온 기자 28명이 동행했다.

함정에 오르자 가장 먼저 안내받은 곳은 비행갑판이 아니었다.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전투기 정비와 보관이 이뤄지는 공간, ‘행거 베이(hangar bay)’가 모습을 드러냈다. 쉽게 말해 항공기가 보관·정비되는 ‘격납고’에 해당하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규모가 체감됐다. 축구장 두 개에 가까운 크기의 철제 공간 안에 전투기와 장비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있었다. 바닷물에 흔들리는 4만5000톤급 함정 안에서도 이 공간은 묵직한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격납고 한가운데에는 둥근 원형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360도로 회전하는 전투기용 회전판이다. 관계자는 “전투기가 워낙 무거워 좁은 공간에서 직접 방향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이 회전판 위에 올려놓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장치는 제한된 공간에서 항공기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핵심 설비였다.

회전판 옆에는 또 하나의 시선을 끄는 구조물이 있었다. 상부 비행갑판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사각형 리프트였다. 평소에는 전투기를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 역할을 한다. 이날은 취재진이 이 리프트에 몸을 실었다.

문이 닫히고 리프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격납고는 점점 아래로 멀어졌다. 철제 벽 너머로 바닷바람이 스며들고, 위쪽에서 푸른 빛이 내려왔다. 몇 분 뒤 문이 열리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2월 19일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비행갑판 위에 MiG-29K 전투기가 계류돼 있다 사진AJP 김희수
2월 19일 비샤카파트남(Vizag) 항 근처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비행갑판 위에 MiG-29K 전투기가 계류돼 있다. [사진=AJP 김희수]
바로 비크란트함의 심장부인 비행갑판이었다.

길이 262.5m, 폭 60m가 넘는 갑판은 거대한 활주로처럼 바다 위에 떠 있었다. 갑판 위에는 미그(MiG)-29K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기들이 정렬돼 있었다. 바닥에는 노란색과 붉은색 선이 또렷하게 그려져 있었다. 노란 선은 착륙 유도선이고, 붉은 선은 비행 운용 중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안전선이다.

한 장교는 “이 선을 넘는 순간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자연스럽게 선 밖으로 물러섰다.

함수 쪽으로 이동하자 갑판 끝이 위로 치솟아 있었다. 각도 14도의 스키점프대였다. 비크란트함에는 사출기가 없다. 전투기는 이 경사로를 이용해 자체 엔진 추력으로 하늘로 날아오른다.

착륙은 더 어렵다. 조종사는 시속 수백 킬로미터로 접근해 세 개의 와이어 중 하나에 꼬리갈고리를 걸어야 한다. 장치는 항공기의 무게와 속도에 맞춰 순간적으로 장력을 조절해 기체를 멈춘다. 조종사들은 이를 “순간의 집중력과 경험이 생명을 가르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만약 고리가 걸리지 않을 경우 항공기는 곧바로 재이륙해 상공을 선회한 뒤 다시 착륙을 시도한다.
 
2월 19일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의 비행갑판 모습 사진AJP 김희수
2월 19일 비샤카파트남(Vizag) 항 근처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의 비행갑판 모습. [사진=AJP 김희수]
2월 19일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비행갑판 위에 MiG-29K 전투기 후방 모습이 보인다 사진AJP 김희수
2월 19일 비샤카파트남(Vizag) 항 근처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비행갑판 위에 MiG-29K 전투기 후방 모습이 보인다. [사진=AJP 김희수]
갑판 일정을 마친 뒤에는 함 내부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통신 신호는 완전히 차단됐다. 휴대전화는 먹통이 됐고, 와이파이도 없었다. 사방은 철제 벽뿐이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열린 하늘 아래에 있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항공모함에서 침묵은 곧 보안이었다.

비행갑판 아래에는 또 하나의 도시가 존재했다. 2200여 개의 공간에 1700여 명의 승조원이 생활한다. 자체 발전 설비로 수천 가구가 쓸 전력을 생산하고, 함내 병원에는 중환자실과 CT 장비까지 갖춰져 있다. 자동화 조리시설에서는 하루 약 5000끼의 식사가 만들어진다.

한 승조원은 “빵 굽는 방에서 나오는 난(naan)이 꽤 맛있다”며 웃었다. 전투함 안에서도 일상의 균형은 중요했다.
 
2월 19일 취재진이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에 승함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AJP 김희수
2월 19일 취재진이 비샤카파트남(Vizag) 항 근처 인도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에 승함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AJP 김희수]
비크란트함은 인도의 ‘사가르(SAGAR)’ 전략, 즉 ‘지역 내 모두의 안보와 성장’을 상징하는 존재다. 군사적 억지력인 동시에 재난 구조와 인도적 지원의 거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2025년에는 헬기를 동원해 아라비아해에서 부상자를 구조한 사례도 있다.

갑판 끝에 서자 철제 구조물과 바다가 맞닿았다. 수평선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항공모함은 미동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하나의 도시. 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깊이 각인된 순간이었다.
 
인도의 국산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모습 사진인도 국방부
인도의 국산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모습. [사진=인도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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