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사법개혁 첫날 '법왜곡' 고발…개혁 취지와 사법 독립 함께 지켜야

사법개혁 3법에 따라 새로 도입된 ‘법왜곡죄’를 근거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경찰에 고발됐다. 고발의 배경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형사소송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헌법재판소에는 재판소원 사건도 첫날에 16건 접수됐다. 사법개혁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실제 사건들이 몰리며 제도 운용의 현실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사법개혁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사법 책임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일부 판결과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은 “사법 권력도 통제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키워왔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했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사법 독립이다. 법관이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판단할 수 있어야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다. 만약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 곧바로 형사 고발로 이어지는 구조가 된다면 법관의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법왜곡죄가 재판 불복의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고발 사건에서도 법률적 쟁점은 적지 않다. 법왜곡죄가 시행되기 이전의 재판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다. 또한 법왜곡죄는 ‘위법한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소원 역시 제도 설계와 운영 능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사법 체계 전체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인력과 절차, 기준을 어떻게 정교하게 마련하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개혁은 방향만큼 방법이 중요하다. 사법 불신을 줄이겠다는 취지가 정치적 갈등 속에서 왜곡된다면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사법부 역시 국민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압박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스스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될 때 사법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사법개혁은 어느 한쪽의 승패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과, 사법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의 첫 사례를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기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차분히 운용해 나가는 일이다. 그래야만 개혁의 취지도, 사법의 신뢰도 함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법왜곡죄 국회 본회의 통과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형법 개정안 수정안법왜곡죄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6226
'법왜곡죄' 국회 본회의 통과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형법 개정안 수정안(법왜곡죄)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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