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사법 책임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일부 판결과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은 “사법 권력도 통제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키워왔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했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사법 독립이다. 법관이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판단할 수 있어야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다. 만약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 곧바로 형사 고발로 이어지는 구조가 된다면 법관의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법왜곡죄가 재판 불복의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고발 사건에서도 법률적 쟁점은 적지 않다. 법왜곡죄가 시행되기 이전의 재판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다. 또한 법왜곡죄는 ‘위법한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혁은 방향만큼 방법이 중요하다. 사법 불신을 줄이겠다는 취지가 정치적 갈등 속에서 왜곡된다면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사법부 역시 국민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압박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스스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될 때 사법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사법개혁은 어느 한쪽의 승패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과, 사법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의 첫 사례를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기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차분히 운용해 나가는 일이다. 그래야만 개혁의 취지도, 사법의 신뢰도 함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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