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규홍의 리걸마인드] '사시 부활' 놓고 뜨거운 법조계...법조인 양성 제도의 올바른 방향은

  • 靑, 사시부활 논의 보도에 일축..."사실 아니다"

  • 李 대통령 사시부활 검토 발언에 법조계 뒤숭숭...로스쿨 제도 문제 있다는 지적도

  • 법조인 "사시와 로스쿨 비교하면 로스쿨 학비 더 적게 들어...변호사 양성에 로스쿨 제도 유리"

2019년 12월 9일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양천구 목동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 앞에서 사법시험 부활이나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도입 등 로스쿨 우회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12월 9일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양천구 목동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 앞에서 사법시험 부활이나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도입 등 로스쿨 우회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청와대에서 사법시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법조계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지난 2017년 마지막 합격자를 배출한 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법시험의 부활을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법조계에서는 찬반양론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다시 불거진 사법시험 부활 논란
지난 11일 한 언론은 청와대가 로스쿨 제도와 별도로 사법시험을 부활시켜 연간 50~150명의 법조인을 추가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사법시험으로 선발한 인원을 1년 동안 교육한 뒤 로스쿨 졸업생들과 함께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거나, 이들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자격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초안 검토가 끝난 단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당장 법조계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사법시험 부활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사법시험 부활 발언을 한 바 있어서 정말로 청와대가 검토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작년 6월 광주 타운홀 미팅에서 '로스쿨을 나온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데, 금수저인 사람만 그 로스쿨을 다닐 수 있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현행 로스쿨 제도는) 법조인 양성 루트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제도가 이미 장기간 정착됐으니 이를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력이 되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검증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로스쿨이 만들어지기까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School of Law)은 변호사 양성을 위한 3년제 전문대학원으로 노무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꼽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서 로스쿨이 정식으로 출범했다. 기존의 사법시험은 2017년에 합격자 55명 배출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로스쿨은 노무현 정부에서 탄생했으나 앞서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됐다. 당시 사회적으로 거세게 불던 '세계화'라는 기치 아래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 도입이 검토됐으나, 법조계와 대학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1947년부터 1949년까지 시행된 조선변호사시험을 시초로 하는 사법시험은 2011년까지는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가난한 청년들의 신분 상승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스스로를 '무수저'라고 표현할 정도로 가난했던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시골 농부의 아들이었던 고(故)노무현 대통령,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독지가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받은 장학금으로 겨우 학업을 이어 갈 수 있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장승수 변호사 등 수많은 청년들이 사법 시험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면과는 달리 매년 수만 명의 인재가 언제 붙을지 모르는 시험에만 매달리며 국가적으로 인력이 낭비된다는 비난과 연간 300~500명 정도의 소수의 인원 선발로 발생한 고액의 법률 서비스 시장 형성, 유명 대학 법대 출신들로 인한 엘리트 카르텔 형성, 사법시험 지원자 수 증가로 인한 순수 법학 교육 고사(枯死) 등 사법시험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부작용도 낳았다.
사법시험 부활 필요성은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도입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역시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법조계 일각에선 틈날 때마다 사법시험 부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사법시험을 부활 시켜야 한다는 측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연간 1000만원에서 2000만원에 달하는 로스쿨의 높은 등록금과 학부 4년을 마치고 추가로 3년을 다녀야 하기에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진다는 점, 장학금 제도가 있지만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로스쿨이 금수저 학생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한 불투명한 입학 과정으로 인해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가 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과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 로스쿨 출신이 아니면 대형 로펌의 취업이 어렵다는 지적, 학생들이 시험에 나오지 않는 전문 법학이나 기초 법학 수업을 외면하고 오로지 변호사시험에만 매달리면서 로스쿨이 일종의 변호사시험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동시에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8월 2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에서 수험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2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에서 수험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과연 사법시험 부활 논의는 맞는 것일까.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을 모두 경험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로스쿨이 돈이 많이 든다고 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로스쿨에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은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 장학금을 주는 데가 많아서 사법시험과 비교하면 사실상 로스쿨이 돈이 더 적게 든다"며 "로스쿨생은 또 예비 법조인이라고 해서 대출도 가능하고, 생활비가 쪼들린다고 하면 생활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안 나온다'고 로스쿨 제도를 비판하는데, 사법시험과 변호사 시험 양쪽을 다 치러본 입장에서는 변호사를 배출하려면 로스쿨 제도가 훨씬 더 유리한 제도라는 걸 정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다시 사법시험 부활 논의가 나오는 것을 두고 "십수 년간 유지하고 있던 이 제도에 이상한 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이건 마치 수능 다 쳐놓고 수능 성적 발표하는 날에 수능 제도를 고치겠다는 식으로 느껴진다. 과연 이렇게 하면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조계 일각에서 사법시험 부활을 주장하는 배경을 두고 "로스쿨 제도가 만약 폐지된다면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건 학교다. 법전원 교수들에게 제자들의 미래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법전원의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학생의 입장에서 학부 4년을 마치고도 로스쿨에 가도 변호사가 안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들은 로스쿨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연스레 지원자가 줄어 들게 될 테고 대안으로 사법시험 부활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법학과 교수님들은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간 로스쿨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법대 교수들이 무시당한 측면이 있었다. 사법시험이 부활하면 서로의 위치가 뒤바뀌게 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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