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불확실성 확대의 시대"

  • "2008년 모기지론 붕괴가 사모대출 부실로 형태만 바뀌어"

  • "코스피 변동성 확대 막으려면 자본시장의 저변 확대해야"

  • "소수 대기업만 잘되고 중소기업 힘들어…균형발전 필요"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지난 40여년 간 대한민국 금융 최전선을 누빈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현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위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회장은 2008년 당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으로 금융위기 대응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19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붕괴가 2026년 미국 빅테크사의 사모대출 부실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당시와 유사하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국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매우 큰 시기"라고 진단했다.

사모대출은 기업이 비은행 금융사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돈을 빌리는 일종의 사채다. 미국 빅테크사를 중심으로 부실을 경계하는 시각이 커지며 세계금융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수천조원대로 급팽창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의 연체율 상승과 유동성 경색 우려가 겹치며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글로벌 위기 상황이 닥치면 한국의 금융시장은 주요국보다 더 휘청거린다. 당장 중동 지역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는 10% 안팎의 극심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원인을 한국의 제한적인 투자 기반 때문으로 봤다. 그는 "한국의 펀더멘털 자체가 약하다기보다 자본시장 저변이 넓지 않아 금융시장이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접금융 시장 저변을 넓혀야 대외 악재에 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 성장 구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전 회장은 "한국은 삼성·SK·현대 등 극소수의 대기업만 잘되고 나머지 중소·중견기업은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2년째 3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4만 달러 시대를 연 대만처럼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소수 대기업이 수출과 투자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중소·중견기업 중심 산업 구조가 형성돼 있어 산업 기반이 비교적 분산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균형 발전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금융위기와 산업 구조 변화를 현장에서 경험한 김 전 회장은 후배 세대를 향해 "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함을 버리고 큰 그림을 보는 것"이라며 "특히 AI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지금과 같은 시대일수록 정책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판단과 균형 감각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전 회장은 1979년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복지생활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다. 이후 한국수출입은행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회고록 '물처럼 흐르고 원칙으로 서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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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내일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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