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우수 사업장' 한 달 만의 추락사…안전은 선언이 아니다

인천 송도 셀트리온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배관 작업 중 발판 역할을 하던 천장 패널이 깨지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현장
Celltrions headquarters in Incheon Courtesy of Celltrion
 
에서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고, 고용당국과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고가 단순한 ‘불운한 사고’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불과 한 달 전 고용노동부로부터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 협력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된 곳이다. “협력사 안전까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사망한 것이다.
 
이 괴리는 한국 산업 안전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안전은 여전히 ‘선언’에 머물러 있고, 현장은 ‘관행’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복잡하지 않다. 성인 한 명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구조물 위에서 작업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추락 사고로 이어졌다.
 
왜 그곳에서 작업이 가능했는가. 작업 발판은 설치됐는가. 추락 방지 설비는 적용됐는가. 사전 위험성 평가는 이뤄졌는가. 작업 허가 절차는 지켜졌는가. 이 질문들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결국 관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이번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오래된 문제를 다시 끄집어낸다. 사망한 노동자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추정된다. 고위험 작업이 외주 인력 중심으로 수행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청은 안전을 관리하고, 위험은 현장에 맡기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같은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ESG 경영’과 현장의 괴리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상생과 안전을 강조해왔다. 정부 인증까지 받았다. ESG는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증명되는 것이다. 인증과 평가가 실제 작업 현장의 안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형식에 불과하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법은 존재한다. 처벌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의 책임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예방이다. 법이 ‘처벌의 도구’에 머무는 한, 산업 현장의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학물질, 건설, 고소 작업 등 고위험 공정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현실은 산업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나면 “조사 중”이라는 말이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본이다. 그리고 기본은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작업 방식, 발주 관행, 원청의 책임, 현장 감독까지 전반을 다시 점검하지 않는 한 ‘안전 경영’은 계속해서 말에 그칠 것이다.
 
20대 노동자의 죽음은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산업이 여전히 어떤 현실 속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수 사업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지 않으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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