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B-컷] "아티스트 닮는 팬덤" 투어스와 사이가 공유하는 무해한 '러쉬로드'

한 작품에는 수많은 시선이 존재합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었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느꼈던 감각은 모두 다를지도 모릅니다. <최송희의 B-컷>은 스크린에 담긴 'A-컷' 너머 생생한 현장이 담긴 이면의 기록을 주목합니다.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를 교차해 완성된 프레임보다 더 뜨거웠던 'B-컷'의 순간을 재구성합니다. <편집자 주>
투어스 VR 영화 러쉬로드 사진어메이즈
투어스 VR 영화 '러쉬로드' [사진=어메이즈]

K팝 팬덤 사이에서 그룹 투어스(TWS)는 '내향인 그룹'으로 통한다. 조근조근한 말투와 수줍은 태도, 신예다운 풋풋한 분위기가 이들의 인상을 만든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땀방울 하나, 숨소리 한 번까지 코앞에서 붙드는 VR 콘서트의 가까운 프레임 안에서 투어스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나보다 더 내향인일지도 모르겠다"는 김지애 감독의 말처럼 수줍음 많은 소년들이 카메라 앞에서는 동선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안무의 각도까지 직접 맞추며 무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기술이 중심이 되기 쉬운 VR 촬영 현장에서도 끝까지 성실하게 밀고 나간 이들의 태도는 연일 매진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VR 콘서트 영화 '러쉬로드'의 힘이 됐다.

영화 '러쉬로드'를 연출한 김지애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투어스와 사이를 언급하며 "무엇보다 큰 힐링"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쏟아부은 고민과 아티스트의 노력이 팬들의 행복으로 치환되는 찰나를 목격하는 것이 그에겐 무엇보다 큰 '힐링'이라는 부연이었다.

"요즘 저는 극장으로 휴가를 가요. 우리가 고생해서 만든 프로젝트를 보러 와주신 분들이 엄청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 벅차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을 보러 온 사람들의 에너지 속에 있으니까 힐링이 돼요. 얼마 전에도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서 극장에 다녀왔는데 사이(팬덤명)분들을 보며 힐링하고 돌아왔습니다."
 
TWS VR 콘서트  러쉬로드 스틸컷 사진어메이즈
'TWS VR 콘서트 : 러쉬로드' 스틸컷 [사진=어메이즈]

기자 역시 사이들과 함께 '러쉬로드'를 관람하며 흥미로운 차이를 체감했다. 다른 아이돌 팬덤 상영회에서는 멤버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곧바로 격한 함성이나 환호가 터져 나오곤 했지만, 사이들은 조금 달랐다. 손을 뻗어 눈앞까지 성큼 다가오는 장면에서도 객석 곳곳에서는 큰 소리 대신 작게 앓거나 쑥스러워하는 기류가 먼저 번졌다. 팬덤마다 반응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유독 수줍고 사랑스러운 이 풍경에 대해 김지애 감독도 공감하며 말을 보탰다.

"팬덤이 아티스트의 특징을 많이 따라가는 것 같았어요. 내향인 그룹과 팬덤이라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서도 쑥스러워하시더라고요. 등신대를 보더라도 함께 찍는 게 아니라 멀리서 줌인해서 찍으시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고 수줍어 보이셨죠. 현장에서는 그렇게 수줍어하시는데 온라인에서는 또 굉장히 적극적이세요. 트위터나 커뮤니티 소감을 보면 피드백이 정말 정성스러워서 감사해요. 셋리스트로 제안해주신 곡들이 저희가 아쉽게 반영하지 못한 곡들과 겹치는 걸 보며 '생각이 다르지 않구나' 싶어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수줍은' 팬덤을 열광하게 만든 건 투어스 멤버들의 지독한 성실함이었다. 어메이즈 이승준 대표와 김지애 감독이 입을 모아 극찬할 정도로 멤버들은 단순히 주어진 안무를 소화하는 것을 넘어 VR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최적의 각도를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투어스는 그 준비 과정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티스트였어요. 멤버들은 선배 아티스트들의 VR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계속 연구했고 손끝 디테일까지 계획적으로 연습했어요. 지훈, 경민, 영재는 이른바 '작두즈'라고 해서 퍼포먼스 디렉팅에도 관심이 많은 멤버들이잖아요. 안무 시안 촬영 때도 지훈 씨가 굉장히 꼼꼼하게 디렉팅을 보고 있었고 멤버들이 다 같이 의견을 내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 강했어요. 장면이 어떻게 보일지 어떤 동선이 더 좋을지까지 같이 고민하는 팀이었죠. 지금까지 촬영한 아티스트들 중에서 이렇게 세세하게 카메라 가이드까지 챙기며 의견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진짜 부분 부분마다 고민이 많이 담긴 프로젝트였고 이런 아티스트는 처음이었어요."
투어스 VR 영화 러쉬로드 사진어메이즈
투어스 VR 영화 '러쉬로드' [사진=어메이즈]

기술 스태프들이 가득한 현장에서 아티스트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투어스는 리허설 영상을 직접 VR 기기로 모니터링하며 즉각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손을 잡고 점프하는 안무가 VR 카메라 특성상 '풀파워'로 추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결코 무대를 대충 넘기지 않았다.

"기술 중심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현장이었지만 투어스는 끝까지 무대 욕심을 놓지 않았어요.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외치면서 촬영에 임해주었죠."

카메라 밖의 수줍음은 렌즈 안에서 무대를 향한 집요한 태도로 증명됐다. 투어스가 보여준 이 반전의 에너지는 VR이라는 정교한 프레임을 거쳐 팬들의 눈앞에 생생한 진심으로 배달됐다. 매진 수치보다 선명하게 남는 것은 아티스트와 팬덤이 서로의 결을 닮은 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쉬로드'의 진짜 힘은 기술의 새로움 그 너머 끝내 화면 안에 남겨둔 이들의 투명한 교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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