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 안양의 조조릉 유적 박물관. 이곳 공양함에는 꽃이나 향 대신 이부프로펜 진통제가 가지런히 쌓여있다. 청명절 연휴를 맞아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생전에 두통으로 시달렸던 조조를 위해 두통약을 공양한 것이다.
청명절 연휴(4월4~6일) 기간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처럼 역사 속 위인의 묘를 찾아 색다른 방식으로 참배하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지무신문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청명절은 성묘와 제사를 통해 조상을 기리는 중국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후베이성 징저우에 위치한 명나라 재상 장거정 묘 앞에는 치질 전용 치료제로 유명한 마잉룽 연고가 꽃과 함께 놓여 있다. 그가 치질 치료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것이란 일부 역사 기록에 착안한 것이다.
또 무후사에 있는 유비 묘 앞에는 소화기가 놓여 있다. 이릉대전에서 오나라의 화공에 패한 뒤 화병을 얻어 숨진 그의 넋을 기리는 것이다. 난징의 손권 묘 앞에는 '허페이 태수' 임명장이 놓여, 수차례 허페이 공략에 실패한 그의 한을 위로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밖에도 최근 중국서 AI 제작 사극 드라마 '곽거병'이 화제가 된 가운데, 23세에 요절한 전한의 명장 곽거병의 묘에는 감자칩 등 간식이 공양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오늘날 청년들의 시각에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곽거병을 위로하는 창의적 방식으로 읽힌다.
이처럼 역사 속 인물의 무덤을 찾아다니며 성묘하는 청년을 가리키는 '스퉁(史同)'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역사 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된 팬덤인 '리스퉁런취안(歷史同人圈)'의 줄임말이다.
위인 묘 참배 열기가 확산되면서 수많은 고관대작의 무덤이 위치한 허난성 뤄양 북망산(北邙山) 일대에는 '성묘 가이드(上墳導遊)'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중국 현지 언론은 이러한 현상을 역사에 현대적 상상력을 더한 일종의 ‘재해석’으로 평가하며, 역사 인물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교감하려는 시도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푸젠일보는 “오늘날 청년들은 교과서 속 딱딱한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 있는 역사를 적극 탐구하려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청년들의 심리적 치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조조에게 두통약을 공양하는 행위가 자신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투영하고 해소하는 방식이라는 해석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경기 둔화와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용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위안을 얻고 자신감을 되찾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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