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두 달 만에 다시 1530원대…"중동전쟁 장기화 땐 상단 더 열린다"

  • 환율, 17년 3개월 만에 1530원대 개장

  • 중동 리스크·관세 부담·외국인 순매도 겹쳐

  • 美 CPI·FOMC 앞두고 변동성 확대 우려도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다시 1530원 선을 넘어섰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데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환율 상단이 더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오른 1530.0원에 출발했다. 1530원대 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54.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이다. 장중 환율이 1530원 선을 넘어선 것도 지난 3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최근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쏠림에는 아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력 경고했음에도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환율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순탄치 않은 가운데 양측이 휴전 이후에도 군사 행동을 이어가면서 국제 유가도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에 1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269억90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8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시 즉시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동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장에서는 환율 상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 다음 주 발표 예정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역시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레벨에서는 다음 상단을 가늠하기 어려우며 이는 어떤 레벨이든 과도하기 때문"이라며 "당장은 레벨 부담이 상당히 높은 구간이기 때문에 10원 단위마다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며 상승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동 리스크가 진정되면 환율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리스크 완화, 국내 경제 펀더멘털 개선,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와 국민연금 해외 투자 비중 축소로 하반기 원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중동 리스크가 해소되면 빠르게 1450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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