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품에는 수많은 시선이 존재합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었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느꼈던 감각은 모두 다를지도 모릅니다. '최송희의 B-컷'은 스크린에 담긴 'A-컷' 너머 생생한 현장이 담긴 이면의 기록을 주목합니다.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를 교차해 완성된 프레임보다 더 뜨거웠던 'B-컷'의 순간을 재구성합니다. <편집자 주>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곡성' 이후 10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나홍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인간과 외계인의 입장 차이와 무지가 빚어낸 사건을 강도 높은 액션과 장르적 리듬으로 담아냈다.
'호프'는 추격전부터 카체이싱, 총기 액션까지 화려한 액션들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나 감독은 배우들 덕분에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배우분들이 모든 것에 동의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의 이상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런 합을 맞추려면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하잖아요. 어떤 액션이 실질적으로 계속 일어난다는 건, 아무리 못해도 50명 정도 그 이상의 사람들이 합이 정확하게 맞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배우분들은 그 합을 맞추기 위해 더 노력하셔야 했습니다. 말을 타야 한다면 합을 맞추기 전에 말과 친근해져야 하고, 승마도 익혀야 하죠. 그런 노력들을 너무 열정적으로 해주셨습니다."(나홍진 감독)
컴퓨터그래픽(CG)이라고 생각될 만큼의 강도 높은 액션들은 사실상 배우들이 직접 소화해낸 결과물이었다.
"모두가 CG로 처리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는데 배우들이 기적적으로 해내셨어요. 말에서 한 발로 내려서 다리를 옮기는 액션 같은 건 일반인이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하시더라고요. 성애 같은 경우도 실제로 자동차를 몰면서 액션 연기를 해내고. 다들 대단했죠. 정말 감사했습니다."(나홍진 감독)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은 강도 높은 액션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액션은 본능적으로 나오는 부분도 있고 계산하는 부분도 있지만, 캐릭터 구축의 연기적인 부분은 반드시 획득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도 무전으로 계속 '긴장감, 긴장감 유지해주세요'라고 디렉션을 주셨어요. 보는 분들은 쉽게 걸어간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면서 걸어야 했습니다."(조인성)
말을 타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촬영 자체가 변수였다. 세팅을 해놓고도 날씨가 열리기를 기다리다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이 이어졌다.
"한 달을 예상하고 들어갔다가 한 달 반 만에 빠져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중간에 눈이 왔어요. 눈이 오면 아스팔트가 얼고, 말은 뛸 수가 없습니다. 편자가 철로 되어 있어서 그냥 슬라이딩을 한다고 봐야 해요. 고무로 바꿔도 마른 아스팔트 위에서 타면 안 됩니다.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우리가 그걸 '점호'라고 불렀는데, 아침에 풀 세팅을 해놓고 날씨가 열리거나 촬영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언제든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상시 대기했습니다. 풀 세팅으로 있다가 못 찍고 내려오는 날도 많았어요."(조인성)
조인성은 그 장면을 두고 "사고가 나면 죽는 장면"이라고 했다. 대체 요원이 없는 상황에서 말과 자동차, 도로와 날씨가 모두 맞아야 했다.
"잘 찍어내는 게 우리의 문제죠. 테크닉적으로도 어렵고, 사고가 나면 죽는 장면이라서 더 긴장했어요. 현장은 뭐 아비규환이었어요. 감독님도 우리가 긴장하고 (촬영에) 임하기를 바랐고 실제로도 긴장해야 했습니다. 대체 요원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감독님도 불안하고 부담이 컸을 겁니다."(조인성)
영화 '호프' 포스터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정호연이 맡은 성애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을 하는 호포항 순경이다. 그는 총기 액션과 차량 운전 장면을 위해 촬영 전부터 준비를 이어갔다. 총의 무게만 약 5kg이었다.
"6개월간의 준비 과정이 있었어요. 총기가 5kg 정도 되는데, 감독님께서 테이크를 많이 가시는 걸로 유명하시잖아요. 스물 몇 테이크를 가려면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수였어요. 그래서 체중도 4kg 증량했어요. 유산소도 기본 체력 증진을 위해 열심히 했고요. 총기 연습도 연습인데 차량 운전 신이 많아서 1종 수동 면허를 따로 취득했습니다. 원래 2종 면허만 있었는데 취득 후에 레이싱 전문가에게 배웠어요."(정호연)
정호연은 액션을 즐기기보다 안전 안에서 해내는 것을 우선했다. 총기 액션을 준비하면서는 미지의 존재와 접촉했을 때의 반응도 참고했다.
"액션 연기는 어떤 상황이든 안전이 1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액션을 너무 즐기려고 하기보다는 안전함 안에서 해보려고 했어요. 제가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싶긴 하더라고요. 이번 작품 전에 '에이리언'을 본 것도 맞아요. 단순 총기 액션이 아니라 미지의 생명과 접촉했을 때의 리액션을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정호연)
카체이싱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마을에 과거의 시기처럼 보이게끔 미술 세팅을 한 상태에서 촬영이 이뤄졌고, 사고가 나면 실제 건물에 피해가 갈 수 있었다.
"실제 마을에서 건물이 존재하면 앞에 가벽을 세우고 과거 일정 시기처럼 보이게끔 미술 세팅을 한 거예요. 실제 마을이니까 제가 사고를 내면 건물에 피해를 주잖아요.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겁 없이 살지는 않았는데, 제가 겁 없구나 생각했어요. 운전을 좋아는 하지만 잘한다는 건 모르겠어요. 훈련을 통해서 구간 설정을 해주셨고, 드리프트 같은 구간도 정해주셨기 때문에 감독님의 컷 개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조금 수월하게 만들어주신 것도 있죠."(정호연)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액션만큼 현장에 남은 얼굴도 있었다. 조인성은 다른 배우들의 장면 중 임현식의 얼굴을 떠올렸다. 우주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건소 같은 공간의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범석이 창가에서 밖을 보는 장면처럼 좋은 샷과 집중력이 보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임현식 선배님이 나중에 우주선이 떨어질 때 보건소 같은 곳에서 문을 열고 밖을 보는 얼굴이에요. 그게 연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조인성)
나홍진 감독에게도 임현식과의 작업은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해술이 삼촌을 연기한 임현식은 긴 대사를 소화해야 했고, 나 감독은 그 장면을 편집하며 고생했다고 웃으며 떠올렸다.
"해술이 삼촌을 임현식 선생님께서 연기해주셨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대사를 못 외우실 줄 몰랐어요. 긴 대사인데 선생님이 정말 고생해서 해주셨고, 저는 편집하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프롬프터를 뒤에 대야 하는데 살짝 옆에 대면 시선이 그쪽으로 갔다가 다시 오고, 그러면 못 쓰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래도 너무 잘해주시고 고생을 많이 해주셨습니다."(나홍진 감독)
정호연에게 임현식과의 장면은 함께 연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했다. 그는 임현식의 존재 자체가 장면을 코믹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임현식 선배님과 연기하는데 TV 보는 것처럼 코믹했어요. 몰입력이 너무 뛰어나시고, 선배님 본체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셨어요. 저는 선배님을 감상했던 기억이에요. 저에게는 전설적인 선생님이시잖아요. 너무 영광스러웠습니다. 호흡을 맞췄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정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