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그린벨트 해제 꺼낸 국토부, 3기 신도시 전철 밟아선 안 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필요하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택지화에 반대했지만 공급 책임을 맡은 뒤 생각이 달라졌다는 취지다. 주택 공급 부족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를 공급 의지를 과시하는 상징적 카드로 꺼내서는 안 된다. 땅을 푸는 결단보다 중요한 것은 그 땅에 집을 제때 짓는 능력이다.

서울 그린벨트는 2024년 기준 시 면적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총량은 적지 않지만 상당 부분이 산지와 녹지여서 대규모 택지로 활용할 만한 땅은 제한적이다. 정부는 2018년과 2020년에도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했지만 서울시의 반대와 환경·도시관리 논란 속에 무산됐다. 서울시는 2024년 미래세대 주택 공급을 위해 보전 가치가 낮은 훼손지 중심의 제한적 해제를 수용했고, 서리풀지구가 신규 택지로 선정됐다. 쟁점은 해제 여부보다 어떤 땅을 어떤 조건으로 활용하느냐다.

무엇보다 3기 신도시의 교훈부터 새겨야 한다. 3기 신도시의 핵심 지구들은 대부분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확보한 택지다. 정부는 보전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대규모 주택지로 전환했지만, 가장 빠른 인천 계양도 올해 12월 A2·A3블록 1285가구가 처음 입주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진행돼도 첫 발표 약 8년 만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땅을 확보했다고 공급 속도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3기 신도시가 보여준다.

정부가 올해 3기 신도시에서 1만8200가구 착공을 추진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계획 물량을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해야 한다. 보상과 이주, 인허가, 기반시설과 광역교통대책이 맞물리지 않으면 어느 한 단계에서 속도를 내더라도 사업 후반부에 다시 병목이 생길 수 있다. 대규모 택지 지정과 공급 물량 발표를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으로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미 그린벨트 해제가 결정된 서리풀지구도 정부 실행력을 가늠할 시험대다. 국토부는 서리풀2지구 2000가구의 지구 지정부터 착공까지 통상 약 56개월 걸리는 절차를 병행해, 2년 이상 단축한 2028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가 해제를 검토하더라도 3기 신도시처럼 보상과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에서 일정이 늘어지는 전철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당장의 입주 공백을 메울 즉효책이 아니다. 절차 단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공급계획 하나를 더 보태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린벨트를 활용한다면 조건도 분명해야 한다. 이미 훼손됐거나 도시화된 곳 가운데 보전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직주근접성과 대중교통 여건이 충분한 지역으로 한정해야 한다. 공공주택 확보와 투기 차단, 개발이익 환수 방안도 해제 결정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외곽 녹지를 산발적으로 풀면 도시 확산과 교통·기반시설 부담만 키울 수 있다.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새로운 후보지 구상만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실행표다. 지구별 보상과 부지 조성, 주택 착공, 첫 입주 목표를 공개하고 단계별 절차와 단축 기간도 밝혀야 한다. 3기 신도시는 그린벨트를 풀어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급이 늦어진다는 선례다. 추가 해제를 검토한다면 기존 택지의 정상화와 병행할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새 후보지를 내놓는 속도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해 집을 제때 짓는 능력이다. 공급은 해제 면적이나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과 입주로 평가받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