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정에서 보관하는 의약품의 온도 관리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여름철 실내나 차량 내부 온도가 의약품의 권장 보관 범위를 넘어설 수 있어, 잘못 보관하면 약의 품질과 효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는 지난해 7월 '여름철 의약품 보관방법' 안내 영상을 공개하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의약품의 효능이 떨어지거나 변질될 수 있다며 올바른 보관을 당부했다.
대한민국약전은 별도 규정이 없는 경우 상온을 15~25도, 실온을 1~30도로 정의한다. 다만 이는 모든 의약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제품 포장이나 설명서에 별도의 보관 온도가 적혀 있다면 해당 조건을 우선 따라야 한다.
소염진통제와 혈전 생성 억제 목적으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은 고온에서 분해될 가능성이 있다.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하고 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피부에 바르는 연고나 크림 역시 빛과 습기에 민감할 수 있어 사용 후 뚜껑을 잘 닫고, 제품에 표시된 보관 조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인슐린과 성장호르몬 주사제는 온도 관리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봉 전에는 제품별 냉장 보관 조건을 따라야 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온도에서 얼어서도 안 된다. 이동할 때 보냉 용기를 사용하더라도 약이 냉매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봉 후 사용 가능 기간과 보관 온도는 제품마다 다르므로 설명서나 의료진의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협심증 발작 때 사용하는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은 빛과 열, 습기에 민감한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다른 약통이나 휴대용 용기에 옮겨 담기보다 원래의 차광 용기에 넣은 상태로 뚜껑을 단단히 닫아 보관해야 한다. 갑상샘호르몬제도 열과 습도, 햇빛에 노출되면 품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차광된 기밀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권장된다.
흡입용 기관지확장제도 고온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일부 가압식 흡입제는 높은 온도에서 용기가 손상될 위험이 있고, 약물 전달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방에 넣어 휴대하더라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장소나 밀폐된 차량에는 두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시럽제와 항생제는 "물약이니 냉장 보관해야 한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일부 현탁액 형태의 시럽은 냉장 보관할 경우 층이 분리될 수 있다. 반면 조제 후 반드시 냉장해야 하는 항생제 시럽도 있다. 약마다 온도에 따른 안정성과 사용기한이 다른 만큼 약국에서 안내받은 보관법을 따르고, 조제일이나 개봉일을 적어두는 것이 좋다.
안약과 귀약 역시 제품별 보관법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실온 보관 제품과 냉장 보관 제품이 구분되며, 개봉 후 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제품과 용기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회용 제품은 개봉한 뒤 남은 약을 장기간 보관해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더운 날씨라고 모든 약을 냉장고에 넣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제품에 표시된 실온 또는 상온 조건에 따라 보관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실온 보관 의약품을 냉장고에 둘 때는 지퍼백 등에 밀봉해 음식물과 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냉장을 피해야 하는 시럽제 등은 예외다. 냉장고에 넣기 전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정제나 캡슐, 가루약도 고온과 습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가루약이 변색되거나 덩어리로 굳고, 정제나 캡슐의 색·냄새·형태가 평소와 달라졌다면 복용하지 말고 약국에 문의해야 한다. 외관상 이상이 없더라도 적정 보관 조건을 크게 벗어난 약은 품질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한약사회는 여러 종류의 약을 한 포에 함께 조제받았더라도 가능한 경우 원래 포장 상태를 유지하고,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할 것을 권고했다. 보관 상태가 의심되거나 제품별 조건을 알기 어렵다면 임의로 냉장하거나 계속 복용하기보다 가까운 약국이나 의료진에게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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